[광화문]'희망펀드'를 만들자
얼마전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과 함께 천안 독립기념관에 갔다. 8월15일 광복절 다음날 토요일이었다.
아이들은 웅장한 독립기념관을 보며 “이곳은 뭐하는 곳이예요”라고 물었고 “여기는 다른 나라 나쁜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쳐들어왔을 때 앞장서 싸운 애국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배우는 곳”이라고 말해줬다. 아이들은 전시관 사이 매점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에 더 관심이 있었지만 그래도 전시관을 둘러보며 “일제가 뭐냐”, “의사(義士)가 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이날 독립기념관에 들어서면서 아이들에게 입장료를 받는 것을 보고 여러 생각이 오갔다. 어른 2000원, 청소년 1100원, 어린이 700원으로 크게 부담되는 요금은 아니었지만 우리 사회가 어린이들에게 참 인색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독립기념관 사이트의 ‘경영공시’를 찾아보니 지난해 99억원의 수입에 123억원의 경상관리비 지출, 2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봤다고 돼 있었다. 그중 어린이 관람요금이 어느 정도 차지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어린이들의 독립기념관 관람요금은 사회가 공동부담할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았나 싶었다.
얼마뒤 모 증권사 사장님을 만날 기회가 있어 대뜸 “‘희망 펀드’를 만들면 어떠냐”고 제안해봤다. 돈을 벌기 위해 숨가쁜 승부를 하는 냉엄한 주식시장이지만 수익금의 일부를 어린이들에게 투자하는 펀드를 만들 수 있지 않느냐고, 그러면 투자하는 사람들도 잠시나마 한번쯤 주위를 둘러볼 마음의 여유를 갖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독립기념관 요금은 단면에 불과하다. 중앙박물관, 현충사 등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곳들이 모두 유료다. 이런 작은 비용에서부터 유치원, 각종 학원비 등에 이르기까지 젊은 부부들은 에누리없이 양육.교육비를 부담해야 한다. 나라나 사회는 그들을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집 한 칸 마련하는데 10여년씩 시달리게 한다. 우리 사회는 아이를 낳지 말라고 강요하는 사회이다.
홈쇼핑의 이민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젊은 부부들의 출산율이 떨어져 인구가 줄어들 지경에 이른 것이 무리도 아니다. 노사갈등도 상당부분 양육의 고비용구조에서 비롯된다. 봉급의 대부분을 학원비로 털어넣는데 임금 인상에 대한 욕구가 커지지 않을 수 없다.
양육 교육비 부담은 한마디로 사회 해체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런데도 옴짝달싹하지 않는 교육체제, 정부와 교육계에 할 말이 많다. 하지만 사회가 젊은 부부들의 짐을 덜어주는데 나서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더 시급하다. 그런 면에서 작은 출발이지만 증권사는 ‘독립기념관 펀드’를, 은행은 ‘중앙박물관 펀드’를, 보험사는 ‘현충사 보험’을 만들어 젊은 부부와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자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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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들이 상업적인 측면에서도 손해보는 것은 아니다. 젊은 부부들은 짐을 덜어주는 금융사에 좋은 이미지를 가질 것이고, 아이들도 자라나면서 그 금융사를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