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YS경제 흉내내기
김영삼 전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내가 보기에 전-현직 두 대통령은 모두 고집이 세다. 한번 심기가 틀어지면 좀처럼 물러서지 않는 형이다. 물론 합리적인 원칙을 세우고 지켜 나가는데 곧은 성품이라면 남들이`옹고집'이라 해도 나쁠 게 없다. 그게 `부산 사나이' 스타일 아닌가.
두 대통령은 경제운용 면에서도 비슷한 점이 많다. 우선 DJ와 달리 `경제통'이 아니다. 그래서 경제참모들이 더 잘해야 한다. 재벌총수들을 멀리하며 재계와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같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돌아가는 형국을 보면 `불길한' 공통점이 정말 많다.
첫째,국민소득을 늘리겠다고 야단법석이다. 1995년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넘었다. 그리고 다음해 `선진국클럽'이라는 OECD에 가입했다. 당시 YS는 이 두가지 사건을 문민정부의 양대 치적으로 내세웠다.
그 즈음인 96년 5월 정부는 `21세기 한국경제의 비전과 발전전략'이란 중장기 전망 보고서를 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1년에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는다. 또 2020년에는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7위로 도약해 `G7' 국가가 된다. 이런 장밋빛 전망에 취해 나라 곳곳에서 샴페인을 터뜨렸다.
참여정부는 어떤가. 지난해 대선 경쟁때는 연평균 `7% 성장론'을 내세웠다. 그러나 대선에서 승리한 다음에는 말을 접었다. 그리고 `동북아허브'와 `국민소득 2만달러'를 경제 비전으로 내걸었다. YS때의 `신경제'나`비전보고서',그리고 지금 유행하는 `로드맵'은 크게 다를 게 없다.
하지만 그림만 잘 그린다고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한마디로 겉멋이 들면 안된다. 그것은 `선진국 흉내내기'에 불과할 뿐이다.
`주5일 근무제' 도입도 YS때의 OECD 가입처럼 성급한 흉내내기가 될 수 있다.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임금은 고수하고 이를 생산성 증대로 만회하겠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인가.
둘째,빚 무서운 줄 모른다. YS 경제의 결말은 IMF 사태였다. 이 파국의 최대 원인은 기업부실이었다. 재벌그룹들은 빚더미 위에서 문어발식 계열사를 이끌다 줄줄이 무너졌다. 97년말 30대 재벌들의 부채비율은 평균 519%였다. 특히 백화점 신화를 연출했던 뉴코아는 1784%, 해태는 1501%, 아남은 1499%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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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번에는 가계부실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고 무분별하게 돈을 풀고 소비를 조장한 결과 개인신용불량자가 340만명을 넘었다. 한집 걸러 한사람씩 신용불량자가 살고 있는 셈이다. 경제에는 공짜가 없다. 이 개인부실을 털어내지 못하면 한국경제는 회생하기 어렵다.
셋째, 현재 환율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YS때는 떨어져야 할 원화가치를 억지로 떠받치고 있었다. 지금은 그 반대일 가능성이 있다. 그게 아니더라도 중국 위안화가 절상되면 원화 또한 자동적으로 절상될 수밖에 없다. 절하든 절상이든 경제에 치명적인 `환율 급변동 쇼크'에 대비하지 않고 있는 점은 YS때나 지금이나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