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카드연체 예방의 ABC
신용카드채권의 연체가 급증하기 시작한 지 약 1년의 시간이 흘렀다. SK글로벌 사태로 촉발된 카드채 문제가 금융시장을 불안에 떨게 하던 때는 지나갔고, 카드사들의 실질 연체 증가세도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는 것 같다. 일부 전업카드사의 8월 연체율이 다시 급등했다는 소식이지만 전체적으로 신용카드의 잠재 부실은 상당 부분 이미 노출되었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지난 1년 동안의 사태 전개과정이 우리에게 던져준 과제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다시는 이러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취하는 일일 것이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카드연체의 급증을 야기한 원인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지난 9월 15일 금융감독위원회가 공개한 KDI의 연구용역보고서가 관심을 끈다. KDI 보고서는 신용불량자 증가의 원인을 ‘신용카드 회사의 위험관리 미흡’에서 찾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대책도 금융회사의 개인신용평가 능력 제고와 이와 관련한 개인신용정보 인프라의 정비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카드사들이 보여주었던 무분별한 시장확대 경쟁과 연체가 급증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형편없는 관리능력을 볼 때 지극히 당연한 결론이라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는 건 감독당국의 과실 여부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6월과 7월에 각각 실시된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 강화, 현금대출업무의 비중제한 등 건전성 규제 강화조치가 기본적으로 정당했을지라도 규제의 과잉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고, 그 이전의 규제완화에 대한 비판은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카드사의 현금대출업무를 50% 이내로 제한하는 규제를 강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신용카드업의 핵심 업무가 신용판매 관련이고 현금대출업무는 부대업무라고 하지만, 후자가 전자보다 크지 않아야 할 명확한 근거는 없다. 또한 카드사 현금대출이 사금융(私金融)을 흡수하는 순기능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더욱이 지금처럼 소비가 줄어서 신용판매가 감소하는 상황이 지속될 때, 덩달아 현금대출을 감축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한편 현재 거론되는 두 가지 대책 중에서 개인신용정보 인프라의 경우 현재 상태로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된다. 모든 금융회사의 대출, 보증, 현금서비스 등 거래정보와 (기간과 금액으로 제한이 되어있긴 하지만) 각종 연체와 세금 체납 등 불량정보가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인 은행연합회에 집중되어 이용되고 있다. 특히 올해 1월부터는 500만원 미만 소액 대출정보까지도 공유되고 있다. 민간신용정보업체의 경우 이밖에도 이동통신요금 체납정보, 백화점카드대금 연체정보 등을 수집 판매하고 있다.
따라서 신용정보를 이용하는 금융회사의 입장에서 과거와는 달리 이용할 수 있는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다시 말해서 인프라가 취약해서 개인고객의 부실이 늘어난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보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금융회사들이 있다면 정보를 서로 교환하거나 사적으로 구입해서 확충하면 그만이다. 카드사들이 단기 연체정보를 상호 교환하는 것이 좋은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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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중요한 것은 공유 정보와 자체 정보를 종합하여 개인신용 위험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금융회사들의 능력이다. 향후 금융회사들이 개인고객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없다고 보면 개인신용에 대한 종합적인 위험관리 시스템의 도입이 시급하다. 스스로가 어렵다면 민간신용정보업체 등 외부에 의존해도 무방하다. 감독당국의 규제도 이러한 부분에 집중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