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부동산 대책 실효성 있나

[기고]부동산 대책 실효성 있나

이상빈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2003.09.24 12:29

[기고]부동산 대책 실효성 있나

세계적으로 디플레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아파트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정부는 지난 1년6개월 동안 무려 26가지나 되는 부동산 관련 대책을 발표하였지만 서울 강남의 아파트 값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같은 기간 동안에 평당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올랐다.

 

부동산 가격의 거품은 왜 생겼을까? 그 원인을 정부 정책에서 대략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정부의 내수주도 성장론이다. 정부는 98년 하반기부터 재정지출의 확대 및 금리인하를 주축으로 한 경기 부양책을 시행하였다.

수출을 통한 경제성장 대신 국내소비수요 확대를 통한 경제성장을 추구하였다. 미국은 부존자원이 많은 세계 최강의 나라이기 때문에 소비가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으나 자원빈국인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수출 증대만이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으로 작용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낮은 금리로 가계 대출을 받아 부동산에 투자한 결과가 지금 아파트 값의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은 투자를 자극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한다고 하였으나 금리인하는 결과적으로 부동산 가격의 상승만을 초래하였다.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부동산시장에 몰려 있는 한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불문가지다.

 

둘째, 세제 위주의 땜질식 부동산 대책이다. 정부는 부동산 보유를 억제할 목적으로 부동산 보유세의 신설을 검토하고 있고 부동산 매매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감소시킬 목적으로 양도소득세를 강화할 예정이다. 한 마디로 부동산을 보유 내지 거래하는 것을 세금으로 억제하겠다는 발상이다.

 

부동산은 일회용 면도기와는 달리 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누군가는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 일회용 면도기 사용에 세금을 중과하면 일회용 면도기의 사용을 억제할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 보유에 세금을 중과하면 할수록 장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의 상승만을 가져온다. 왜냐하면, 자본시장의 성숙도가 낮은 우리나라의 현실상 부의 축적 수단으로 부동산이 선호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이 발달해 주식이 부동산과 같은 위치를 점하지 않는 이상 부동산 문제를 결코 세금으로 해결할 수 없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해 거품 문제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면 뒷북치듯이 발동되는 세제 위주의 부동산 대책은 정부정책의 실효성만 떨어뜨리고 있다. 지난 1년6개월 동안 26차례나 발표된 정부의 대책이 이를 잘 표현해 주고 있다.

 

미래가 불확실하면 할수록 소비자들은 소비를 줄이고 기업은 투자를 보류하게 된다. 소비와 투자를 축소해 남은 잉여 유동성은 자연히 부동산으로 흐르게 마련이다. 지금까지 부동산은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야기된 인플레를 극복하기 위해 선호되어 왔으나 작금의 부동산 선호 현상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선호되는 경향이 있다.

경제성장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경제가 우선 안정되어야 한다. 경제 안정의 두 축은 집값 안정과 노사관계의 안정이다. 이 두개의 축이 함께 돌아가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경제는 궤도를 이탈하게 된다. 노사 불안정에 이어 집값마저 불안정해지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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