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환율-유가가 요동친 이유
지난주 세계 금융시장은 환율에 이은 유가 쇼크로 요동쳤다. 두 차례 충격의 공통점은 모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말미암은 것이란 점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24일 겨울 성수기를 앞두고 일일 90만 배럴 감산을 전격 발표, 당일 유가는 4% 이상 급등하고 주가는 급락했다.
석유시장은 세계의 정치와 경제가 모두 녹아 가격으로 산출되는 멜팅팟(용광로)이다. OPEC의 이번 감산은 경제적으로 최근 하향 안정세를 보이던 유가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특히 음로론적 시각에서는 부시의 재선을 방해하려는 조치라는 해석이 많다. 고유가 정책을 견지함으로써 미국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부시 재선을 방해하려는 노림수라는 것이다.
OPEC이 부시와 각을 이루는 이유는 부시가 세계석유질서의 재편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라크 전쟁의 명분으로 삼았던 대량살상무기가 없는 것으로 확인돼 이 같은 논리는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미국의 석유시장 재편 시나리오는 세계 제2의 원유매장국인 이라크에 친미정권을 수립한 뒤 석유증산-이라크의 OPEC 탈퇴-OPEC의 가격결정 기능 상실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와 함께 사우디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산유국으로 올라선 러시아와 유대를 강화, OPEC을 완전히 와해시킨다는 마스터플랜을 갖고 있다. 실제로 이라크는 24일 OPEC 회담에 참석, 생산량을 2005년까지 기존의 2배인 하루 400만배럴, 2010년까지는 600만배럴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결국 이번 OPEC 결정은 부시의 재선을 저지하지 않고서는 OPEC이 붕괴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의 발로라는 것이 음모론 진영의 해석이다.
환율쇼크도 근본은 부시에 닿아 있다. 현재 부시 재선의 가장 큰 복병은 경제다. 그 중에서도 고용시장이다.
부시는 이달 초 존 스노 재무장관을 중국에 파견,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춰 미국 고용시장을 황폐화하고 있다며 변동환율제 도입을 촉구했다. 미국의 일자리가 줄어든 것은 위안화의 저평가 보다는 생산성 향상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일축하자 스노 장관은 20일 유럽의 재무장관들을 설득, 아시아에 '유연한 환율제도'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채택케 했다. 이에 따라 달러는 급락하고, 엔화는 급등했다. 그러나 정작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은 말짱했다. 중국을 겨냥한 칼날에 일본이 찔린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미국 내에서도 부시 정책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신문인 워싱턴포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은 24일 부시가 위험천만한 환율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달러약세가 계속될 경우, 해외자본 이탈, 금리상승, 주가하락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더욱이 이제 막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일본경제에 달러약세 즉 엔화강세는 극복할 수 없는 부담이라는 것이다.
지난주 부시의 지지율은 취임 이후 처음 50% 미만으로 떨어졌다.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전에 나선 웨슬리 클라크 전 나토 사령관과 맞붙으면 3%포인트 차로 진다는 조사결과까지 나왔다. 전쟁에 이기고도 재선에 실패하는 '부시가의 저주'가 재현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