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환율항전, 그 끝은...

[광화문]환율항전, 그 끝은...

강호병 부장
2003.10.02 08:24

[광화문]환율항전, 그 끝은...

세계경제가 환율하나에 매달려있다. 미국이 3년가량 지속된 세계적 경기부진의 늪속에서도 세계경제의 견인차로서의 역할을 유지하며 마지막까지 놓지 않던 정책수단인 환율을 내려놓으려 하고 있는것이다. 미달러화가 약세로 기울면 달러화자산에 투자됐던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는데도 그 위험을 무릅쓰고 국제적인 통화절상압력을 전방위로 넣고 있는 것을 보면 분명 미국도 다급하다.

부시행정부가 들어설 무렵 꼬꾸라지기 시작한 경제가 아직도 회복다운 회복을 보이지 못하고 있고, 재정적자, 경상수지 적자까지 80년대 레이건시절 악몽을 떠올릴 정도로 크게 벌어져 있는 것을 보면 미국이 또한번 의도관철에 나서는 이유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아시아에서 들어가는 싼 물건 때문에 채산성 회복이 어렵게된 미국기업의 아우성이 부시 행정부로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다.

지금 미국에 의해 가해지는 통화절상압력은 통상압력이다. 그래서 통화방어능력을 믿고 무한대로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환율을 특정수준에서 방어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위안화 평가절상이 계기가 될지 또다른 국제회의 결과가 계기가 될지 모르지만 언젠가 통화방어능력이 있으면서도 당국이 환율을 손에서 놔줘야할 때가 생길 가능성이 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국은 달러당 1150원에서 결사항전의 태세를 보이고 있다. 원달러환율은 연일 계속되는 개입에 1150원에서 발이 묶인채 통제된 시장이 돼버렸다. 일본정부가 기를 쓰고 엔화절상을 막고 있다는 점, 무궁무진하게 시중에 깔려있는 원화로 달러를 사면 원화절상쯤 쉽게 막을수 있다는 생각이 안도감을 주는 것 같다.

외환당국의 입에서도 원화절상 압력에 대해 "걱정할 것없다"는 식의 큰소리만 나올 뿐 원화절상을 어쩔수 없이 받아들여야할 때를 대비하여 대책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마치 외환위기전 위기가능성이 이곳저곳에서 지적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없다'라고 말하던 것과 흡사한 모습이다.

이미 시장은 원화절상을 불가피한 추세로 받아들이고 있다. 1년물 달러 풋옵션은 1110원까지 거래가 되고 있다. 경기가 부진하고 내수부문에서 마저 회복의 모멘텀을 찾기 힘든 시점에서 원화절상은 분명 달갑지 않다. 그러나 그렇다고 국제적 역학을 무시하고 원화를 더욱 손에 쥐려고 하면 나중에 더큰 화를 자초할 수 있다.

환율방어로 발생하는 막대한 재정부담도 생각해봐야 한다. 환율안정을 위해 정부가 조성한 외국환평형기금 누적 결손액(금리역마진, 환차손포함)만도 올해 4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확실시된다. 단일 기금으로서는 최대 누적손실이다. 결국 세금으로 막아야할 누적결손금인데 이를 수출보호를 위한`국방비'라는 명목으로 계속 늘려가는 것을 감수해야하는지 의문이다.

생산요소의 가격이 아닌 질로서 승부해야할 한국기업들에게 이제 환율이라는 온상을 거두어나갈때도 됐다고 본다. 정부 보다 기업 스스로 환율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자생력을 키워나갈 때라는 것이다. 그래야 현물, 선물, 옵션을 골고루 갖춘 외환시장도 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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