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취재, 거짓말 그리고 낙종...

[현장클릭]취재, 거짓말 그리고 낙종...

최명용 기자
2003.10.10 15:42

[현장클릭]취재, 거짓말 그리고 낙종...

지난 1일 ‘AIG생명이 9월한달간 은행을 통해 판매한 보험이 업계 1위를 차지했다’는 기사를 쓴 적이 있습니다. 다른 보험사들은 시중금리가 내려가면 그만큼 지급되는 보험금이 내려가는 변동금리형 상품을 파는데, AIG생명은 10년동안 연4.5%의 확정금리를 지급해주는 연금보험을 팔아 큰 인기를 끌었다는 내용입니다.

이날 판매 실적에 대한 취재를 하면서 “예정이율 인하 계획은 없느냐”고 AIG생명에 문의를 했습니다. 이에 대해 “자산운용을 잘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예정이율 인하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1주일 후 AIG생명이 거짓말을 한 게 드러났습니다. AIG생명은 예정이율인하 계획이 없다고 말한 바로 그날부터 예정이율을 4.3%~3.85%까지 낮춰, 보험료를 올렸습니다. 9일 오후 늦게 이같은 소식을 접해 기사를 썼고, 다른 경제신문도 이 내용을 기사화했습니다. 미리 다른 업계 사람이나 금감원에 추가 취재를 했어야 하는데 순진하게 AIG생명의 말만 믿었다가 낙종을 할 뻔 했습니다.

흔히들 외국계 금융회사들은 투명하고, 깨긋한 회사로 인식돼 있습니다. 또, 선진 금융기법을 국내에 전달한다고 자랑스레 말합니다. 하지만 기자들 사이에서 외국금융회사는 믿지못할 회사, 취재가 어려운 철옹성으로 통합니다. 취재에 협조를 안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이미 공시로 다 밝혀진 내용인데도 영업 기밀이라며 감추기 일쑤입니다.

오죽하면 얼마전 있었던 AIG생명의 트레버 불 사장과 가진 기자간담회에선 '왜 그렇게 숨기는게 많냐'고 기자들이 질문을 퍼붓기까지 했겠습니까. 물론 이자리에선 트레버 불 사장이 “앞으론 이런 문제를 개선해 나가겠다”며 “고객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는 모두 공개할테니 자기에게라도 직접 문의를 해달라”고 답변했습니다.

하지만 트레버 불 사장의 말은 공수표에 불과한가 봅니다. 이젠 감추는것도 모자라 거짓말까지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보험산업은 무엇보다 신뢰가 가장 중요합니다. 보이는 물건이 아니라 고객의 돈을 관리해주겠다는 약속을 팔기 때문입니다. 선진기법보다 몇배 중요한게 바로 신뢰라 생각됩니다.

AIG생명은 신용평가등급 'AAA'를 받은 아주 좋은 회사라고 합니다. 신뢰등급을 매긴다면 AIG생명은 과연 몇등급이나 받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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