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엿장수 물장수 소장수

[현장클릭]엿장수 물장수 소장수

김진형 기자
2003.10.12 19:05

[현장클릭]엿장수 물장수 소장수

엿장수, 넝마장수, 물장수, 오리장수, 소장수 1·2, 달러장수, 물소장수….

이게 뭘까요? 좀 유치해 보이기는 하지만 국내 최대 규모의 은행인국민은행부행장들의 별명입니다. 각 부행장들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나 개인적 특성에 따라 붙여진 별명입니다. 국민은행 부행장들을 잘 아시는 분들은 각각이 누구의 별명인지 대충 짐작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부행장들이 이처럼 별명을 짓게 된 것은 얼마전 임원 워크샵에서 ‘엿장수’ 부행장의 제안으로 이뤄졌습니다. 그간 은행 내부에서 빚어졌던 내부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은행 임원들이 먼저 친해지자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국민은행은 최근 옛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직원들간 내부갈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오죽했으면 김정태 행장이 43일간의 병상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 공개적으로 "경영진 내부에서조차 한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조직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겠습니까. 그리고 급기야 부행장 3명이 경질성 문책을 당한 바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선 임원들간의 벽부터 허물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었던 거죠. 부행장들은 또 ‘해피 아워’(Happy Hour)라는 임원들간의 친목 모임도 만들었습니다. 2주일에 한번씩 부행장들이 스스럼없이 모여 서로 별명을 부르면서 소주 한잔 기울이는 자리입니다. 해피아워에 들어가는 비용은 벌금으로 충당합니다. 매주 한번씩 열리는 경영협의회를 비롯해 임원회의에 지각한 부행장은 무조건 1만원씩 벌금을 내도록 해 여기서 모아진 벌금을 해피아워 비용에 쓰는 거죠.

'별명부르기'와 '해피아워'를 통해 부행장들간의 관계가 이전보다 훨씬 허물이 없어지면서 팀장들간의 관계도 좋아졌다고 합니다. 특히 이로인해 각 부서간 업무협조나 공조활동이 이전보다 수월해지고 적극적이 됐다고 하네요.

국민은행은 올해 '최악의 한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200조원이 넘는 자산을 움직이는 거대 은행이지만 적자를 낼만큼 실적악화가 지속되고 있고 최고경영자(CEO)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행사절차가 내부규정을 어겼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또 보유중이던 SK증권 매각 과정이 불법적이었다는 이유로 검찰에 고발까지 되는 등 국민은행을 둘러싼 환경은 '악재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보다 '더 크고' '더 시급한' 문제는 '직원들간의 화합'입니다. 직원들이 화합해야 실적이 개선될 수 있고 실적이 개선돼야 사기가 올라 은행이 직면해 있는 여러가지 악재를 극복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행장들의 별명이 국민은행 화합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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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금융부장

안녕하세요. 금융부 김진형 금융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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