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우리금융 집안싸움 감상법
우리금융과 우리은행간의 갈등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우리금융이 우리은행 이덕훈 행장을 비롯 몇몇 임원들을 징계키로 결정했지만 우리은행은 징계이유를 납득할 수 없으며 정부의 의견을 들어 징계수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은 이미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우리은행이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이 분명하게 드러났다며 '우리은행이 부적절한 회계처리로 1983억원의 순이익을 과소계상했다'고 공시까지 해 버렸습니다.
이번 문제의 핵심을 단순하게 보면 SPC의 회계처리에 대한 지주회사와 은행간 해석상의 차이입니다. 하지만 금융가에서는 이보다는 뒷 배경이 무엇인가를 놓고 말들이 많습니다.
우선 이번 문제는 모회사인 우리금융과 자회사인 우리은행의 상호 이해관계의 충돌이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올해 뉴욕상장을 통해 주식예탁증서(DR)을 매각해야 할 우리금융의 입장에서는 한푼의 이익이라도 아까운 상황입니다. 이익이 많아지면 결국 주가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우리카드의 정상화를 위해 8000억원 이상의 증자가 필요하지만 출자총액제한에 걸려 6400억원밖에 증자를 못한 상황입니다. 이익이 더 났다면 증자규모를 늘릴 수도 있었다는 거죠.
반면 우리은행의 입장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우리은행은 IMF 이후 금융기관들의 회계처리 원칙이었던 '보수적인' 회계처리를 함으로써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문제가 없으면 언제든지 이익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급하지 않은 상황이죠. 어떤 점에서는 우리은행이 이익을 세이브(저장) 해 놓음으로써 향후 실적악화 요인이 생겼을때 꺼내 쓸 수도 있다는 계산을 했을 거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해관계 충돌론'과 함께 금융계 일각에서는 내년 3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우리금융 임원진들이 벌써부터 자리싸움을 시작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실제로 내년 3월이면 우리금융의 실세인 윤병철 회장, 전광우 부회장, 민유성 부회장, 이덕훈 우리은행장의 임기가 끝이 납니다. 이런 시간상의 문제와 결부지어 국내 굴지의 지주회사인 우리금융의 경영진 자리를 놓고 유력 후보들끼리 견제하는게 아니냐는 해석입니다.
하지만 이유가 회계상의 해석 차이이건, 이해관계의 충돌이건 아니면 자리싸움이건 간에 이 문제를 지켜보는 외부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어쨋든 같은 식구들임에도 문제를 이렇게까지 외부로 드러냈어야 했느냐는 겁니다. "무슨 문제가 있다면 안에서 치고박고 싸워서 정리해야지 이렇게 누워서 침뱉기를 해야 했느냐"는 우리은행 관계자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안따깝게 들립니다.
우리금융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설립된 금융지주회사입니다. 우리금융이 이 부분을 외부에 자랑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려면 그만큼 금융지주회사의 전형을 만들어가야 하는 '의무'도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