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강남 평당 6000만원 간다

[광화문]강남 평당 6000만원 간다

박성태 편집국 총괄 부국장
2003.10.15 20:30

[광화문]강남 평당 6000만원 간다

`강남 아파트 최고 7천만원 뚝`,`강남 재건축 급매물 속출`,`급매물 급증 속 거래 실종`.

15일 각 신문은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3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토지공개념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데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대책 발표를 앞두고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고 대서특필했다.

특히 서울 강남권 주요 아파트와 최근 급상승한 목동 분당일대 아파트를 중심으로 호가를 크게 낮춘 급매물이 쏟아지고 있다고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이같은 내용은 주요 방송의 메인뉴스로도 보도됐다.

이러한 보도에 오랫만에 정부도 신이 나는 모양이다. 그동안 부실한 부동산대책으로 몰매를 맞던 재정경제부와 건설교통부 등 관계부처 실무자들은 "이제 승기를 잡았으니 밀어 부치자"며 의기양양하다. 최종찬 건교부 장관도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투기는 충분히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얼마나 기다리고 고대하던 일이던가. 지난 4월20일부터 지난 9일까지 올 들어서만 발표한 주요 부동산대책이 9차례. 특히 메가톤급 대책으로 불리는 5.23대책과 9.5대책에도 끄떡않던 부동산시장이 드디어 거꾸러질 조짐을 보이고 있으니, 이를 두고 고진감래(苦盡甘來)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토지공개념을 비롯한 정부의 고강도 대책에도 불구, `강남 불패` 신화는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아 정책당국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20여년간 현장을 누비며 부동산 투자(차라리 투기라고 표현하는 것이 낫겠다)로 이골이 난 A씨는 "지난 99년 강남 아파트가 평당 8백만원일때 앞으로 3∼4년내에 평당 2천만∼3천만원 갈것이라는 예측을 했었다"며 "앞으로 4∼5년내에 강남아파트가 평당 6천만원 간다는 데 내기를 걸자"고 호언한다.

현장투자 전문가인 그는 "우수한 교육여건, 최상의 소비패턴, 우월적 지위를 향유하려는 사회문화적 심리, 주택을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보는 주택관(觀) 등이 사람들을 계속 강남으로 몰려들게 해 집값은 당연히 오르게 돼 있다"고 이유를 댄다.

또 다른 전문가 B씨의 멘트. B씨도 원론만 얘기하는 학자형 전문가가 아니라 디벨로퍼(부동산 사업 시행자)로서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있는 실무형 전문가인데, 그는 "평당 6천만원이 아니라 평당 1억원을 호가하는 아파트가 탄생할 것"이라며 그 이유로 "강남에 로데오거리가 있기 때문인데 세계 어느 나라도 로데오거리가 형성된 곳의 부동산 값이 떨어진 유례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얼마 전 내 고향(지방 소도시) 유지 부인을 김포공항에서 만났는데 강남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루이비똥 핸드백을 6백만원주고 샀다고 자랑하더라"며"웬만한 지방도시의 부자들이 강남에 집 사두는 것이 유행처럼 되어있고 명품을 구하러 강남 백화점에 몰려드는 이상 강남 집값은 오르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강남 집값 앙등의 원인으로 지목된 교육여건, 정부의 허술한 부동산대책 등은 사실은 별로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앞선 두 전문가의 예상과 관측만 보면 정말 강남 대책은 없어 보인다. 부동산 대책이라기보다 강남대책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현재 정부의 정책목표가 강남 집값을 잡고 그 확산을 막자는 것인데 전국을 뭉뚱그려 부동산대책, 거기에다 강남 집값하고 별 상관도 없어보이는 토지공개념을 도입한다고 하니 전국의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건설산업도 덩달아 위축되고, 잘못하면 일본처럼 자산디플레를 유발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정부는 강력한 의지로 부동산투기를 잡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는데 현장에서는 "절대 잡히지 않는다. 잡히면 내 손에 장을 지지라"고 하고 있으니 어찌해야 하나.

어줍잖게 강남 대책으로 몇가지 제언한다면 이럴땐 서두르지 말고 상황을 좀 찬찬히 지켜보라고 권하고 싶다. 마치 뭐에 쫓기듯 한달이 멀다하고 대책을 남발하면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은 이미 여러차례 경험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어떻게 상황을 지켜보나. 이달말에 대책을 발표한다고 했으니 해야 하지 않겠나. 그런데 사실 이미 다 나온 대책들이고 토지공개념은 위헌 소지가 있어 뭘 내놓아야 될 지 걱정이다"라고 한숨을 쉬고 있다.

그렇다면 더 더욱 상황을 한 발 물러서서 보도록 하자. 지금까지는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않은 `우(愚)`를 범했다. 이왕에 대통령까지 나서 언급한 토지공개념(주택공개념이라고 표현하면 정책목표에 맞는 말이 되겠다)에 고강도 부동산대책이 마련되고 있으니 강심장을 가진 투기꾼 아니면 당분간은 설치지 않을 것이다.

겁만 주자는 얘기가 아니라 정부가 부동산투기를 반드시 바로 잡는데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서둘러 빼는 것`이 아니라, 단번에 `닭 목을 비트는 비책(秘策)`을 마련 중이라는 사실을 투기꾼들에게 상기시키며 시간을 벌자는 것이다. 굳이 약속에 얽매여 논란만 불러일으키고 미봉책에 불과한 대책을 내놓는 것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는 것이 국민정서와 국가경제를 위해서도 훨씬 바람직다는 얘기다.

이와 병행해 정부가 앞장 서 부동산 투자상품을 개발, 400조원에 이르는 시중 부동자금을 흡수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왕 도입해 시행중인 부동산투자신탁과 리츠(REITs 부동산투자회사)를 더욱 활성화시키는 방안도 있고 건설회사와 연계해 부동산투자상품을 개발하는 방안도 있다.

지면관계상 세세한 방법은 다 서술할 수 없지만 정부가 의지만 가지면 충분히 검토할 만 사항이라고 본다. 기왕에 은행에서 운용하는 부동산투자신탁과 부동산투자회사가 운용하는 리츠의 연수익률이 7∼11%에 달하고 있는데 이를 보완, 세후 연 10%의 수익만 보장하는 상품을 개발한다면 아마도 부동자금의 20∼30%는 유입될 것임에 틀림없다. 부동자금의 증시유입을 위해 증권회사가 판매하고 있는 원금보장형주가연계증권(ELS)와 같은 개념으로 정책 추진을 하면 된다고 본다.

덧붙여 전문가들을 활용하되 이론만 가지고 탁상에서 책임없이 원론만 되뇌이는, 무늬만 전문가들 말고 실제 현장에서, 심지어 정부 대책의 빈틈만 찾아 투자(투기)를 해 본 실전 경험자들 위주로 자문단을 구성해보는 것도 실질적인 대책마련의 길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부동산은 `대책`이 아닌 `정책`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점도 정책당국자에게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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