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나침반 없는 경제
김진표 경제팀을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빈번해지고 있다. 그러나 참여정부 첫 경제팀의 문제를 김 부총리의 개인기, 덕망, 리더십 부족에 돌린다면 본질이 호도될 우려가 있다.
더 시급한 것은 경제 아젠다(Agenda)를 설정하는 것이다. 참여정부 출범후 '정책'은 없고 '대책'만 난무했던 것은 무엇때문인가. 재계, 노조, 시민단체 등의 요구에 이리저리 끌려다닌 것은 무엇때문인가. 금리는 내릴 것인가 올릴 것인가.
참여정부 출범 당시 시장에선 '정책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거기엔 정책 방향을 감잡기 어렵다는 불안보다 분배중심의 경제정책을 펼칠지 모른다는 색깔론이 더 짙게 깔려있었다. 첫 경제팀의 정책부재가 그나마 색깔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는 효과를 가져왔다.
정책불확실성은 시간이 흐를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첫 경제팀을 평가하려해도 평가할 정책이 없다. 카드채, 노사문제 등 사고가 터지면 쫓아가는 '두더지잡기'식 대책만 있을 뿐이다. 외국계 증권사는 한국 정부가 부동산 거품이란 착시에 빠져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키우고있다고 우려한다. 금리를 더 내려야한다는 주장이다. 반대로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은 부동산 거품을 잡기위해 당장 콜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다양한 견해에 대해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가.
예컨데 김대중 정부의 경제아젠다는 '구조조정'이었다. 기업.금융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은행 대출관행과 회계제도를 뜯어고치는 것은 물론 부실은행 부실재벌 등을 퇴출시켰다. 수많은 저항이 있었지만 경제아젠다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통해 뚫고 나갈 수 있었다. 시장참가자들은 "아! 이제 은행 빚만 내면 재벌도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겠구나. 회계조작은 아예 생각도 말아야지. 은행도 망하는데.." 등 분명한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다.
참여정부가 내세운 '동북아중심국가',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 등은 어떠한 메시지를 주는가. 참여정부를 지지했던 30대의 실업자가 1년새 3만4000명이 늘어 19만명이다. 3인 가족이라 해도 60만명이 실업의 고통을 받는 셈이다. 세계적인 디플레이션 기류, 기업의 다국적화로 인한 제조업 공동화(空洞化), 심각한 실업율과 내수침체 등이 우리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경제아젠다가 나침반 역할을 하려면 일관성있는 거시경제정책 조합(policy mix)을 도출, 시장에 예측가능성을 제공해야 한다. 기업, 가계, 노동조합 등 경제주체들이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그에 따라 행동노선을 조정할 수 있어야 비로소 경제 아젠다라 할 수 있다. 강남집값문제 하나를 놓고도 재경부장관, 건교부장관, 한은총재가 제각각 인 것은 '대책회의'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시장에 메시지를 줘야할 그들조차도 나침반이 제각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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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젠다 부재의 책임을 따지자면, 경제전문가가 아닌 노무현 대통령을 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 권오규 정책수석 등도 큰 책임이 있다. 노 대통령이 지난 16일 경제원로 5인(조순 나웅배 사공일 김종인 이헌재)을 만나 무엇을 물어봤는지 궁금하다. 아젠다 부재상태에서 단순한 덕담이나 충고 몇마디 오가는 자리가 반복되고 있다면 걱정스런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