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시장개혁을 공정하게 하려면
출자총액제도 자체에 대한 상반된 평가가 정부부처내에서 나오고 있는 가운데 공정위가 지난 30일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을 발표했다. 로드맵에서 출자총액제도 자체는 당장 폐지되지 않았지만 예외조항이 새로 추가되었고 졸업요건도 완화됐다.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에 대한 평가는 재계와 시민단체간에 크게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공정위가 재벌규제라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로드맵을 발표함으로써 정책의 예측가능성을 제고시켰다는 면에서는 후한 점수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이 로드맵은 적어도 세 가지 측면에서 수정보완이 요구된다.
첫째,졸업요건으로 제시된 의결권승수의 비논리성이다. 예를 들어 의결권승수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재벌총수가 A사에 대해 50%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다시 A사가 B사에 대해 5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이때 재벌총수는 B사에 대해 50%의 의결권을 가지고 있지만 총수의 B사에 대한 보유지분은 25% (50%X50%)에 지나지 않는다. 이 경우 의결권 승수는 2배 (50%/25%)가 된다. 공정위의 발표에 의하면 의결권 승수가 2에 미달하면 총액출자제도의 졸업요건에 해당한다.
위의 예에서 보듯이 재벌총수의 A사에 대한 지분이 50%아래로 떨어지면 의결권승수가 2를 넘어서게 되고 A사에 대한 지분이 100%가 되면 의결권승수는 1로 떨어지게 된다. 의결권승수측면에서 보면 재벌총수기 A사에 대한 지분을 적어도 50%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재벌총수의 지분확대는 우리가 추구하는 또 다른 목표인 지분분산에 배치된다. 부를 창출하는 기업에 대해 소유 집중을 완화시키는 것은 기업의 무분별한 확장을 억제시키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이런 측면에서 의결권승수는 바람직한 목표치의 설정도 문제이지만 그 이전에 여타 정책목표와 충돌할 위험이 있다.
현행 출자총액제도의 졸업기준은 부채비율 100%미만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를 내년에 폐지할 예정임과 함께 새로운 졸업기준 네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본래 출자총액제도의 목적이 기업이 은행 빚으로 무분별하게 기업을 확장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면 졸업기준에 부채기준을 삭제할 이유는 없다. 우리나라 최대 재벌인 삼성의 부채비율이 100%에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부채비율을 삭제했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이에 대한 재검토가 요구된다. 기업에 대해 투명성을 요구하는 이유는 이를 통해 기업의사결정의 공정성을 확보하는데 있다. 공정위는 기업에 대해 투명성을 요구하기 전에 공정위 자체의 의사결정이 투명성과 공정성을 갖추고 있는 지를 미리 점검해 보아야 한다.
기업의 문어발식 확장과 기업지배구조 선진화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기업이 주력산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분야로 확장하는 동시에 지배구조를 선진화시킬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공정위는 출자총액제도의 졸업요건에 전자투표제와 집중투표제의 채택을 추가하고 있다. 기업의 주가가 문어발식 확장으로 올라갈 수 있다면 이를 반대할 소액주주는 없다. 따라서 출자총액제도와 기업지배구조의 선진화를 혼재해서는 안된다. 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규제하는 정책과 기업지배구조 선진화를 제고하는 정책은 각기 그 목적에 맞게 추구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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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고 효율적인 시장개혁을 추구하는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이 되기 위해서는 의결권 승수라는 잣대에 합리적 근거가 있어야 하고, 출자총액제도의 졸업기준을 정할 때 공정해야 하며, 목적에 합당한 정책수단을 집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정위가 정말 공정한가?' 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