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교보생명의 "007작전"
신용카드사 중 가장 큰 회사는 LG카드입니다. 이 LG카드가 부도가 날 뻔했습니다. 그것도 일주일이 채 안돼 두번 씩이나 말입니다.
교보생명은 지난 21일과 26일 3015억원어치의 LG카드 약속어음을 상환요구했습니다. 자금난에 봉착한 LG카드는 부도 위기까지 몰렸었는데, 21일엔 어음상환요구가 철회돼 넘어갔고 26일엔 결국 상환이 이뤄졌습니다.
26일과 27일 교보생명은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007작전'을 벌였습니다. 교보생명은 26일 어음을 제일은행을 통해 교환에 회부했습니다. 21일에는 발행처인 신한은행 삼성중앙 대기업지점에 제시했지만 이날은 엉뚱한 제일은행에 제시했습니다. 하루가 지난 27일에야 신한은행에 접수돼 철회가 불가능토록 하기 위한 수순이었습니다.
교보생명내에서도 프로젝트파이낸싱팀에서만 이 사실을 알고 비밀리에 작전을 수행했다고 합니다. '철회를 할 수 없으니 무조건 상환받겠다'는 빌미를 하나 만든 것입니다.
이후에도 작전은 계속 됩니다. 상환요구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 27일 오후 만기연장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자금팀은 한결같이 자리를 비웠습니다. 사실 자금팀 직원들은 하루종일 연락이 안됐는데, 오후시간에는 CFO인 오익환 부사장마저 자리를 비웠습니다.
오익환 부사장은 5시께부터 시작한 회의에서 6시쯤 나와 바로 퇴근해 버렸습니다. 만기연장 여부를 최종 결정할 수 있는 CFO가 퇴근해 버렸으니 만기연장 결정은 아예 불가능해진 겁니다. 오 부사장은 방카슈랑스 계약을 맺은 은행 직원들과 송년회자리가 미리 예약돼 있어 일찍 퇴근을 했다고 합니다.
이해는 갑니다. 더이상 연장은 없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고, 금감원이나 채권단에서 들어올 수많은 압력을 미리 피하기 위한 포석이었을 겝니다.
이후 채권단은 '교보생명때문에 2금융권이 연쇄적으로 여신 상황을 요구할 꺼다'고 악담을 해댔습니다.
교보생명도 억울한 면이 많습니다. 매출채권양수 부문는 교보만 상환 받은게 아니라 다른 은행이나 2금융권도 상환을 받아갔습니다. 액수가 워낙 커 눈총을 받을 뿐이지 상환요구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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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007작전을 펴야만 했을 까요? 당당히 '상환을 요구한다'고 밝히고 채권단을 설득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조금은 당당하고 의연한 모습으로 대처했다면 어음은 상환받고, 눈총은 피할 수 있었을 테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