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신용카드 출입기자의 반성문

[현장클릭]신용카드 출입기자의 반성문

박정룡 기자
2003.11.30 18:01

[현장클릭]신용카드 출입기자의 반성문

얼마전 저는 독자로부터 한통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LG카드가 유동성 위기에 몰려 현금서비스를 중단하고, 채권단의 지원이 없으면 부도가 나는 상황이 계속되던 때였습니다.

독자가 보낸 메일은 대충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LG카드 CB에 평생 모은 돈을 모두 투자한 사람입니다. 오늘도 피말리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나마 기자님의 신속한 보도 덕분에 또 하루를 보내며 퇴근합니다. 내일은 또 얼마나 폭락할지 궁금합니다. 반절이라도 건지려면 내일 모두 처분해야 할 것 같아요".

 

금액이 얼마인 지 모르지만 자신이 평생 모은 돈을 LG카드 CB에 그야말로 `올인'했다면 이번 LG카드 사태가 가져단 준 충격은 그 누구보다 크겠지요. 마치 제가 당한 것처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신용카드 담당 기자로서 자괴감과 부끄러움이 저를 짓눌렀습니다.

 

카드사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했던 후순위 전환사채(CB)는 그동안 제가 저금리시대의 재테크 수단으로 아주 유용하다며 추천을 했던 상품이었습니다. 저는 지난 6월 삼성카드가 처음으로 CB를 발행한 이후 기회있을 때 마다 CB의 강점을 부각시키며 재테크 상품으로 추천을 했습니다. 신문 뿐 아니라 외부 기고에서도 카드사 CB를 유망 재테크상품으로 추천했습니다.

 

저는 지난 6월 카드사들이 1차 유동성 위기를 넘기면서 카드사 부실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됐다고 봤습니다, 또 늦어도 올 4분기부터는월별 흑자전환이 가능하다는 카드사들의 주장을 그대로 믿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카드사 CB의 경우 리스크가 없다고 판단했고 이를 기사에 적극 반영했습니다.

 

그러나 저의 이런 예상과 달리 LG카드는 급기야 부도위기를 맞았고 CB가격은 액면가 밑으로 폭락, 자신이 평생 모은 돈을 날려 버리는 투자자까지 생겨났습니다. 저는 재테크상품으로서 카드사 CB를 추천하면서 회사가 부도날 경우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하라고 했지만 기사 말미에 한 줄 써 넣은 이런 글이 투자자들에게 무슨 도움이 됐겠습니까.

 

IMF 외환위기 때 저는 경제기자로서의 무능함 때문에 회의하고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신용카드발 가계금융 위기와 관련해서도 저는 또 다시 수많은 독자와 투자가들을 속였습니다. 저를 꾸짖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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