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금융감독원이 범위요율 인하와 관련, 손해보험사들에 대해 특별점검을 실시한다는 소식을 접한 지난달 28일의 일입니다. 손보업계 반응을 취재하기 위해 대형사 몇 군데에 전화를 했습니다. 한결같이 언론이 부풀린 결과라며 과민반응을 보이더군요.
한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범위요율을 3.5%가량 내리긴 했지만 반대로 인상한 계층도 있다. 평균으로 따지면 인하폭은 1%가 채 안된다. 왜 인하한 부분만 침소봉대하느냐"고 따지더군요. 또 "이럴거면 자유화는 왜 해줬냐"는 볼멘 소리도 나왔습니다. 한편에서는 "경기불황으로 소비자들이 저가형을 선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 자동차보험이 치고 올라 오는데 우리도 어쩔 수 없다"며 항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기자가 보기엔 손보업계는 스스로를 통제할만한 제어력이 없어 보입니다. 자유화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과거의 담합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거죠. 한 회사가 보험료를 내리면 너도나도 따라 내려야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는다는 강박관념이 자리잡고 있는 겁니다.
게다가 '일단 계약만 체결하고 보자'는 식의 자세도 문제입니다. 시장점유율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는 의식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죠. 그 결과 1년 뒤 손해율이나 경영수지 등은 안중에도 없다는 느낌입니다. 과거 대규모 누적적자에시달렸던 그 시절을 손보사들은 벌써 잊어버린 걸까요.
한 중소형사 임원은 이런 말을 하더군요. "대형사가 기침을 하면 중소형사는 몸살을 앓는다"고. 중소형사들이 기껏 궁리해서 특약을 개발하면 대형사들이 잽싸게 먹어치우는 현실에 좌절감이 든다는 얘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대형사들은 시장논리를 내세워 경쟁에서 뒤지면 도태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냐고 주장하고요.
가격자유화 시대에 보험사가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보험료를 내린다고 누가 뭐라 그러겠습니까. 그러나 나중에 손해율이 올라가고손보사의 경영수지가 악화되면 누가 책임을 질까요. 그것은 보험료 인상 내지는 공적자금 형태로 보험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겁니다. 그리고 손해보험은 또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게 되겠지요. 이런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