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경험칙 빗나가"
외국인과 프로그램이 동시에 순매수하면 하락할 확률이 낮다는 최근의 경험칙이 빗나갔다. 지수는 수급 주체가 건재함에도 소리소문없이 오후 들어 미끄러졌고 산타 랠리를 기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흔들었다. 22일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의 고가는 각각 815.55(+4.35p, 0.54%), 45.44(-0.01p, 0.02%)이지만 종가는 각각 804.54(-6.66p, 0.81%), 44.15(-1.30p, 2.85%)를 기록했다.
거론할 만한 반락 이유는 기관의 매도세,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테러 위험 증가에 따른 외환 시장 불안정 등이다. 나스닥100지수선물 가격은 장중 내내 7포인트 가량 하락해 있어 산타클로스의 뉴욕 입성이 녹록치 않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기관의 순매수가 줄어들기 시작한 정오 무렵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졌다.
다행스러운 것은 거래소와 코스닥 시장의 거래량이 각각 3억4495만주, 4억3300만주로 감소해 적극적인 매도세도 분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관심은 이번 랠리에서 좀처럼 깨지지 않던 삼성전자의 100일선이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이탈 압력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외국인의 매매공방 속에 100일선(44만2000원)을 간신히 걸친채 마감했다.
기관 매도
수급상 하락을 주도한 것은 기관의 매도 물량이다. 기관은 31억원 어치를 순매수했으나 1655억원의 프로그램 순매수를 감안하면 약 500억~1000억원 가량의 매도 물량을 시장에 쏟아 낸 것으로 보인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프로그램 매수(+1655억원)에도 불구 기관의 순매수가 31억원에 불과한 것은 기관이 프로그램 순매수 규모만큼을 시장에 내놓았다고 해석할 수 밖에 없다"며 "여기에다 미국 테러 경보 등 개인들의 매도세도 가세했다"고 해석했다. 그는 "외국인과 프로그램 매수세가 들어왔으나 이 자금은 아랫쪽에서 받치는 역할만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기관의 매도는 연말 '환매' 때문으로 추정된다. 김종국 삼성증권 투자전략 센터장은 "연말 개인들의 수익증권 환매로 기관의 매도에 나선 듯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연말 포트폴리오 정비 또는 세금 절감 효과를 노린 매도세라고 풀이한다. 그러나 김 센터장은 "미국의 경우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이 일정 부분 세금공제 혜택으로 돌아오지만 우리나라는 주가하락은 투자자 개인의 책임"이라며 "따라서 손실을 보고 있는 종목을 미국처럼 '매도' 포지션으로 확정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코스닥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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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시장의 급락이 체감 지수를 더욱 썰렁하게 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코스닥 시장의 급락은 외국인의 매도(-224억원)와 KTF(-3.85%) 등 대형주의 약세 때문이다. 외국인은 최근 8거래일 중 하루를 제외하고 7거래일을 순매도했다.
KTF(-3.85%), 기업은행(-5.01%), 하나로통신(-4.75%), LG텔레콤(-0.27%), NHN(-3.65%), 웹젠(-4.30%), 플레너스(-9.88%)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주저 앉았다.
4~5% 가량 떨어진 개별 종목도 속출했다. 휴맥스(-4.12%), 네오위즈(-4.79%), 인터플렉스(-8.70%), CJ엔터테인(-5.21%), 서울반도체(-3.30%), 파워로직스(-4.83%), 새롬기술(-4.64%) 등이다.
한요섭 대우증권 연구원은 "최근 들어 지수가 박스권 움직임을 보이자 개인 투자자들의 매매 기간이 짧아졌다"며 "종목별로는 수급이 붕괴돼 4~5% 가량 하락한 종목이 많았는데, 이는 연말을 맞아 차익을 실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산타랠리 對 산타살인
산타랠리의 기대감이 뜨겁지만 산타랠리가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없는 게 아니다. 한요섭 대우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과 올 초반에도 연말·연초 효과를 내다본 증권사가 많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며 "상승 모멘텀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박스권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많다"고 분석했다.
한 연구원은 "산타랠리 기대감이 산타살인 실망감으로 바뀔 수 있다"고 우려했다.
JP모간증권과 교보증권은 낙관론에서 비관론으로 선회했다. 두 증권사의 공통점은 내년 중국 모멘텀이 둔화될 것이고 내수 회복이 생각보다 늦어진다는 데 있다. 박석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경기 회복과 증시 강세에 대한 일반적인 전망에도 불구 국제 유가의 고공권 행진과 달러화 약세 지속 및 국제 금값 강세 등은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며 "국제유가가 지난 주말 조정을 보이기는 했으나 저점과 고점을 높여가는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어 국제유가 안정이 배제된 국내증시 상승 기조는 부담스러운 행보"라고 일침을 가한다.
그는 또 "국내 증시 주변 자금의 시장 이탈이 확대되는 점을 고려할 때 시장에 지나치게 적극성을 보일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1월효과, 무작정 덤비지 말라..차별화 가능성
이와 함께 '1월 효과(January Effect)'에 대한 맹목적 기대감으로 연말 선취매 전략을 취하는 투자자들이 많지만 무작정 덤비다간 낭패를 보기 쉽다. 올 초반에도 IT, 화학, 철강 업종의 일부 종목들만의 수익률이 월등했고 오히려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인 종목이 적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내년 업황 호전 종목과 주식시장의 '패션'이 어느쪽에 쏠리는 지를 꼼꼼히 분석한 뒤 투자에 나서라고 조언하고 있다.
우선 1월 효과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고 가능성이 크다. 장화탁 동부증권 연구원은 "과거 경기상황과 연초 종합주가지수 수익률을 비교해 본 결과 내년 1분기에는 연초효과가 발생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리 경제는 올해 7월을 경기 바닥으로 회복 초기 국면인데, 과거 바닥권을 막 탈피한 이후에는 연초효과가 상대적으로 컸었다"고 말했다.
한태욱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92년 이후 12번의 1월 중 8번 주가가 올랐다"며 "특히 내년에는 수출 호조세에 이어 내수 경기도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경제성장에 대한 낙관론이 우위를 점하며 증시로 신규 자금 유입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국내외 연구기관의 내년도 경제성장 전망치 상향 조정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투자자들의 고민은 여기에 있지 않다. 막상 전문가들의 추천이 있더라도 주가가 정말로 오를 지 의심을 떨굴 수 없다. 외국인의 순매도가 연말 장세에 복병으로 등장한 점도 부담이고 개인이 선호하는 코스닥 시장이 지지부진한 점은 '1월 효과'에 대한 확신을 주저케 한다.
장재익 동원증권 연구원은 "1월 효과라고 해서 전 종목의 주가가 오르는 것이 아니다"며 "업황 호전 종목과 대형주 중심의 차별화 장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