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냉대받는 IT주"
23일 종합주가지수는 801.88(-2.66p, 0.32%)로 간신히 800선에 턱걸이했다. 장 초반은 배당투자와 산타랠리를 기대한 매수세가 유입되며 강세로 출발했으나 810선에 막혀 미끄러졌다. 810선대는 후세인 효과로 급등했던 지난 15일을 제외하고 올 들어 지수가 800선 위에 오를 때면 늘 저항대로 작용했던 구간이다.
외국인은 전기전자 업종을 668억원 어치 순매도했다. 거래소 시장 전체 순매도 대금(-560억원)을 상회하는 것이다. 순매수 업종은 금융(+153억원) 및 철강(+88억원) 등. 대만증시에서 외국인이 IT주의 비중을 급격히 낮추는 대신 금융·철강·화학 업종을 사들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12월 들어 전기전자 업종지수의 수익률은 -3.85%이다. 종합주가지수의 상승률(+0.72%)을 밑돌고 있다. 삼성전자(12월 등락률 -4.95%)와 하이닉스(-15.99%) 등 종목별 체감 낙폭은 더 크다. IT주가 어두운 터널을 지난다는 분석이 틀리지 않다. 나스닥지수와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같은 기간 각각 0.23%, 6.13% 하락했다.
반도체 부진
반도체주의 부진이 지수의 상승 탄력을 둔화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가 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지난달 17일 이후 22일까지 약 35일 동안 131만6842주를 순매도했다. 지분율은 58.72%(11월17일)에서 57.84%(12월22일)로 0.88%포인트 줄었다.
삼성전자는 간신히 100일선에 턱걸이했다. 100일선(44만2000원)은 이번 랠리 들어 좀처럼 깨지지 않던 선이다. 최근 들어 그러나 이탈 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다. 12월 들어서만 장중 100일선을 이탈한 횟수는 4번이다.
하이닉스는 마지막으로 기대고 있던 240일선(5847원)을 이날 내줬다. 12월 들어 11월 종가 대비 한때 32.69% 급등했던아남반도체도 다시 고점 대비 19.31% 하락해 되돌림했다.
D램 가격의 하락과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에 따른 외국인의 이익실현 욕구가 직접적인 이유이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등 전세계 IT주의 모멘텀 약화가 간접적 배경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반도체 제조 업체인 대만의 타이완세미컨덕터매뉴팩처링(TSMC)은 9월 고점 대비 20% 가량 하락했다. 안선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TSMC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이 70%선에서 50%선으로 급감했다"고 말했다.
반도체 회복 시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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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주가지수가 상승 탄력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반도체주의 업황이 회복돼야 한다. 조용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 증시의 견조세에도 불구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11월 고점에서 적지않게 조정을 받았다. 삼성전자 주가 역시 11월 초 이후 약세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 증시의 산타랠리 가능성 역시 이러한 반도체 관련주를 배제하고는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안선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일단 올해를 넘겨야 하고 중국의 구정 특수가 기다리고 있는 1월 말 추이를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안 연구원은 "IT 수요 구성에서 최근 아시아권 비중이 높아졌다. 이를 감안하면 내년 1월 말 중국의 구정 특수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더 길어진다면 3월 신학기 수요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D램 가격의 회복이 열쇠이다. 주력 품목인 256메가 DDR(더블데이터레이트) D램(PC266) 가격은 지난 8월 4.78달러로 고점을 친 이후 줄곧 하락해 지난 19일 3.65달러로 23.64% 하락했다. D램익스체인지는 "연말까지 가격이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최석포 우리증권 연구원은 "내년 2~3월까지는 특별한 상승 모멘텀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구희진 LG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1분기중 D램 가격의 상승 모멘텀이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화학·철강은 모멘텀 지속
전기전자 업종의 모멘텀 약화와 달리 화학 및 철강 업종의 수익률은 월등하다. 화학 업종지수는 12월 들어 7.86% 올랐고 철강 업종지수는 10.43% 상승했다. 안선영 미래애셋증권 연구원은 "대만에서도 외국인은 IT주를 매도하는 데 반해 화학·철강 업종은 매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진경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IT 비중이 낮은 태국 증시는 연초대비 100%를 넘어서는 상승세를 구가하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며 "태국 증시에서 전기전자 업종 비중은 3% 미만이고 에너지, 은행, 건설, 통신 업종 등이 시가총액 상위 업종을 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IT업종 모멘텀 둔화가 지수 급락을 의미하지는 않아
국내 증시에서 비중이 큰 IT업종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으나 종합주가지수의 하락폭은 제한적이다. 가장 큰 이유는 화학·철강 등 '차이나 모멘텀'이 아직 살아있기 때문이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에 영향을 주는 해외 변수는 미국 나스닥 지수의 움직임을 통해 가늠할 수 있는 'IT 모멘텀'과 '차이나 모멘텀'이다. 최근 들어서는 IT 모멘텀보다 차이나 모멘텀이 더욱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나스닥 지수가 12월 들어 정체된 흐름을 면치 못하는 반면 홍콩 H증시는 탄력적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성진경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비IT 산업의 강세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및 내수 업종의 회복세가 IT주의 약세를 상쇄하면서 국내 증시의 전반적 상승 추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IT 업종의 모멘텀 약화로 연말까지 주가의 상승 탄력은 높아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코스닥 시장 "침체" 이어가
이날 코스닥지수는 43.55(-0.60p, 1.35%)로 최근 부진을 이어갔다. 외국인의 5거래일째 순매도로 시가총액 상위 10대 종목은 모두 하락했다. 다만 개인 투자자들이 9거래일 연속 순매수해, 저점 매수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