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한국형 헤지펀드 모델 만들터"

[머투초대석]"한국형 헤지펀드 모델 만들터"

대담=강호병부장 정리=권성희기자 사진=박문호기자
2003.12.28 22:32

[머투초대석]"한국형 헤지펀드 모델 만들터"

이남우 리캐피탈투자자문 사장의 집무실 문에는 올초 파이낸셜타임스에 실린 기고문 하나가 붙어 있다. 미국의 기관 전용 자산운용사인 스테이트스트리트의 리서치헤드 아비나시 퍼사우드가 쓴 `위험관리의 위험성'(The Danger of Managing Risk)이라는 주제의 글이다. `위험이라는 것은 수시로 변하니까 위험관리도 상황에 맞게 항상 그때그때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 요지인데 이 사장은 헤지펀드를 시작하면서 이 글을 위험관리라는 4글자를 마음속 깊이 담아두고 되새기는 계기로 삼고 있다. 헤지펀드를 향한 그의 꿈과 열정을 듣는 과정에서 그 글이 그에게 갖는 의미가 속속 다가왔다.

이 사장은 한국 최초의 헤지펀드를 지향하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한국증시에서 성공적인 헤지펀드를 만드는 것이 그의 꿈이다. 회사이름에 자신의 성인 `리'(Rhee)를 넣은 것도 그의 이런 소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왜 헤지펀드입니까.

▶국내증시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로 다양성이 부족한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모든 투신사와 자산운용사가 내놓는 상품이 비슷비슷하고 투자스타일도 거기서 거기입니다. 국내증시는 세계에서 변덕이 가장 심한 시장입니다. 불안정한 경제환경 및 산업구조 등 이유는 많지요. 문제는 지금까지 그렇게 심한 시장위험을 헤지해 주는 상품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국내 투자자들은 투기적 성향이 강한 듯하면서도 원금보전에 크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헤지펀드는 시장의 변화에 관계없이 원금에다 플러스 절대수익률을 꾸준히 안겨 주는 상품이기 때문에 증시에 자금을 끌어들이는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국내증시에서 헤지펀드라는 화두가 갖는 의미도 여기에 있습니다.

-헤지펀드는 투기적이라는 좋지 않은 이미지가 있는데요.

▶헤지펀드만큼 본질과 반대로 알려진 것도 없습니다. 헤지펀드는 정말 이름 그대로 헤지(위험회피 내지 관리)에 중점을 두는 펀드입니다. 헤지펀드는 고객이 돈을 돌려 달라고 하면 어떤 일이 있어도 3일내 현금으로 돌려줘야 합니다. 그래서 헤지펀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험관리입니다. 주식포트폴리오에서 시장위험을 제거하고 최대한 원금이 보전되도록 안전하게 만들 수 있는 위험관리기술이 헤지펀드의 핵심기술입니다.

돈이 되는 것은 뭐든 다하기 때문에 투기적 성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80∼90%의 헤지펀드는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합니다. 미국 헤지펀드의 경우 위험은 주식의 3분의1∼4분의1에 불과한 반면 수익률은 연평균 10%대입니다. 전세계 헤지펀드의 최대고객은 안정적인 수익이 필요한 하버드대 예일대 등 미국 대학들입니다. 미국에서는 연기금들도 헤지펀드 투자를 늘려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회사를 설립한 후 1년반 동안의 성과를 결산한다면.

▶증시의 변화와 관계없이 절대적인 수익률을 추구한다는 고객과의 약속은 지켜왔다고 생각합니다. 증시가 10% 가까이 급락한 달에도 리캐피탈 운용자산의 하락률은 1%를 넘지 않았습니다. 연평균 수익률은 14∼15%가량입니다. 올해 강세장이었음을 감안하면 두드러진 수익률은 아닌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지만 무릅쓴 위험을 고려하면 좋은 성과입니다. 포트폴리오가 무릅쓴 시장위험은 채권과 비슷하지만 수익률은 국채수익률 4∼5%의 3배가량입니다.

-현재 리캐피탈의 운용자산 규모는 어느 정도입니까.

▶대략 1000억원대입니다. 생각만큼 자금이 빨리 모이진 않았지만 수수료가 0.8%로 다른 곳에 비해 2∼3배 이상 높고 금융벤처라는 생각으로 경비를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성과보수까지 고려하면 올해 손익분기점을 넘어서고 내년부터는 이익을 낼 것으로 봅니다. 현재 운용하는 고객계좌는 은행 기업 개인 등을 포함해 15계좌가량입니다. 10억원 이상만 받고 있는데 앞으로는 30억원 이상만 받을 생각입니다. 덩치가 너무 커져도 운용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돈은 많아야 3000억∼4000억까지만 받으려고 합니다.

-주식만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입니까.

▶쉽게 말하면 주식을 이리저리 조합해 채권형 펀드와 비슷한 스타일로 만든다고 보면 됩니다. 가령 업종 내에서 또는 한 그룹 내에서 한 종목을 매수하면 다른 종목에 대해서는 대주(주식을 빌려 일단 매도한 뒤 후에 주식을 되사서 갚는 수법)하는 식입니다. 예를 들어 태평양을 사면 LG생활건강은 대주하고 LG전자를 매수했으면 ㈜LG는 대주합니다. 이런 과정을 무수히 반복하면 포트폴리오의 가격변동 위험이 채권형 펀드와 비슷한 수준으로 낮아지고 수익률은 채권형 펀드보다 2∼4배 높게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런 롱-쇼트(long-short)전략은 펀더멘털이 좋다고 다 매수하고 나쁘다고 대주하는 것이 아니지만 한 종목을 살 때마다 이 종목의 주가하락을 헤지할 수 있도록 대주전략을 짜는데 핵심이 있습니다.

-종목발굴은 어떻게 하는지.

▶발로 뜁니다. 한달에 100개 이상의 기업을 탐방합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지분이 3%를 넘는 기업의 경우 지방공장까지 찾아가서 살펴봅니다. 특히 중소형 종목의 경우 탐방하지 않은 종목에는 투자하지 않습니다.

-최근들어 절대수익률을 표방하는 펀드들이 늘고 있는데요.

▶큰 투신사가 절대수익률을 표방하는 펀드를 출시하는 것은 헤지펀드가 대안투자로 자리잡아간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입니다. 해외 헤지펀드들이 국내에 진출하고 우리도 해외에 나가 헤지펀드를 판매하는 식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는 200여개가량의 헤지펀드가 있는데 외국계가 80∼90%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리캐피탈을 한국형 헤지펀드의 모델을 만들고 싶습니다.

-펀드시장의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무엇을 들 수 있습니까.

▶자본금 제한으로 산업 진입장벽을 높게 쳐놓은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금융은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산업입니다. 펀드를 운용하는데 자본금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외국의 경우 2∼3년간 망하지 않고 운용할 최소한의 경비만 있으면 자산운용사를 설립해서 펀드를 팔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자금이 100억원 이상이 있어야 펀드를 판매하는 자산운용사를 만들 수 있고, 자본금이 30억원 이상이 있어야 투자자문사를 설립, 일임형 계좌를 운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자본금 제한을 두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와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어도 자기이름을 걸고 회사를 만들 수 없어 결국 제 실력이 묻히고 말 것입니다.

-국내에서도 외국자본 대항마로 프라이빗에쿼티펀드(PEF)가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솔직히 어렵다고 봅니다. PEF는 고도의 금융기법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필요로 합니다. 예를 들어 LG카드를 인수한다면 외국 PEF는 카드회사의 퇴직 중역을 고용해 수개월간 LG카드에 대해 면밀히 조사합니다. 기업에 투자한 뒤에는 노련하게 경영진을 교체해 정상화한 뒤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최선을 다하고 투자자금을 회수할 때는 전세계적으로 살 만한 여력이 있는 곳에 의사를 타진할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합니다. 물론 해외 PEF에서 일해본 한국인이 수십명가량 있어 PEF를 만드는 시발점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재정적으로 어려운 기업에 투자할 때 그 기업의 가치를 면밀하게 평가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갖추고 있는지, 그 기업을 정상화할 만한 턴어라운드의 귀재를 뽑아 잡음 없이 경영진을 교체할 수 있는지, 또 설사 그 기업을 되살리는데 성공하더라도 팔 만한 곳이 어디인지 네트워크는 갖추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내년 증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기업 탐방결과 내수기업들 중에서도 올해 경기가 좋지 않은 틈을 타서 구조조정에 주력해 내년 실적신장이 기대되는 곳이 많습니다. 업종별로는 금융에서 대박종목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전강후약 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내수가 회복되면서 상반기에는 증시가 강세를 이어가겠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모멘텀이 급격히 둔화될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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