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역술가, 그리고 민초들

[광화문]역술가, 그리고 민초들

김재승 온라인총괄 부장
2004.01.04 19:40

[광화문]역술가, 그리고 민초들

집안에 우환이 많을수록 점집을 찾는 경우가 많다. 살다보면 자신이, 아니면 주변에서 그런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된다. 그럴때 드는 생각은 "오죽하면 저럴까"라는 것이다.

요즘에는 젊은이들이 점집을 찾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경기불황에 워낙 취업이 안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물론 자녀의 대학입시를 앞둔 부모나 출마를 앞둔 정치인들이 점집에 몰려드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을게다. 취업이나 입시, 출마 등과 상관없다고 해도 요즘처럼 새해들어 신년운세를 알고 싶어 점집으로 향하는 경우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굳이 점집을 찾지 않더라도 인터넷을 이용해 토정비결을 보는 정도는 이제 별다른 얘깃거리가 더더욱 아니다.

갑신년. 이곳저곳에서 올해의 국운에 대한 얘기들이 많이 나온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것은 정변의 기운이 넘치리란 역술가들의 풀이가 대종을 이룬다는 점이다. 1884년의 갑신정변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보여주듯 올 한해가 심상치 않은 한해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갑신년은 금(金)의 기운이 들어오는 해란다. 사주역학적으로 혁명적인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갑신정변이 일어난 1884년 그 즈음과 요즘 상황의 유사점 또한 그런 전망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첨예한 보·혁갈등. 그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른게 없지 않은가.

특히 4.15 총선을 앞두고 좌우대립과 계층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이는게 작금의 현실이다. 아니 벌써부터 그런 조짐들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표 몰이에 혈안이 된 정치권, 거기에 제 밥그릇만 챙기려 나서는 이익집단들. 선거에 매달려 허송세월을 할 여유가 전혀 없는 절박한 상황인데도 그런 구태들이 또다시 되풀이되고 있다. 정치개혁, 돈 안드는 선거, 그래서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지 말아야 하는데도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거의 해마다 되풀이되는 다음과 같은 표현에 익숙해져 있다. "올해는 정치개혁의 원년이 되기를 바란다"는. 올해는 부디 이 말이 구두선에 그치지 않기를 바래본다.

굳이 역술가들의 국운 풀이를 빌리지 않더라도 정치판의 혼란을 극복하지 못하면 국론 분열과 사회적 갈등이 더욱 심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경제가 한층 더 벼랑끝으로 몰릴 것은 자명하다. 다른 대내외 요인들을 차치하고라도. 정치가 한 단계 성숙하지 않으면 이 나라의 혼돈이, 경제의 혼란이 걷잡을 수 없을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가. 점집을 찾는 일도 없고, 운명이니 팔자니 그런 표현들에 친숙하지도 않지만, 올해는 왠지 역술가들의 전망에 상당히 신경이 쓰인다는 얘기를 많이 듣게된다. 워낙 격동의 한해를 보내서일까. 또 어떤 변화의 소용돌이가 휩쓸고 지나가며 민초들의 등허리를 휘어놓을지 겁나서일까. 아마도 그런 류의 걱정들 때문인 것 같다. 그냥 좀 더 잘 살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민초들의 소박한 마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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