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기술부총리앞서 산자·정통·과기 통합을
조만간 `기술부총리' 직이 생길 전망이다. 처음에는 오명 과학기술부 장관을 발탁하면서 기술부총리 `역할'을 맡기겠다고 하더니 며칠 뒤에는 아예 `자리'를 만들겠다는 쪽으로 얘기가 진전됐다. 체신-교통-건설교통부 장관을 두루 거치고 언론사 사장과 대학총장까지 지낸 오 장관의 화려한 관록과 역량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는 증거다.
그 기대에 부응하듯 오장관의 행보는 남다르다. 오 장관은 기술부총리 제도의 청사진을 그리는 임무를 과기부의 젊은 사무관 5명에게 맡겼다. 국가 과학기술정책의 백년대계가 `독수리 5형제'의 어깨 위에 놓인 셈이다. 그뿐인가. 조만간 과기부-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 등 3부 장관이 대외적으로 화합을 다지는 합동 기자회견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오 장관과 이희범 산자부 장관, 진대제 정통부 장관이 모두 서울 공대 선후배 사이라는 점도 상호 이해의 기반을 다지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역시 복잡한 문제를 푸는데는 리더십을 갖춘 노련한 인물들이 필요하다.
나는 기술부총리제 신설에 반대하지 않는다. 경제-통일-교육부총리에 이어 기술부총리까지 두는게 부담스럽기는 하다. 더구나`처'에서 `부'로 격상시킨 부처의 장관을 부총리로 삼는 것은 아무래도 과하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산업 정책과 IT 정책, 원천 과학기술 육성정책이 따로 놀고 이공계 홀대 현상이 심각한 상황이란 점을 감안할 때 이들 3개 부문을 아우르는 조정 시스템은 절실하다. 산자-정통-과기부가 틈만 나면 정책 주도권을 놓고 `밥그릇 싸움'을 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오 장관을 믿는다고 해서 그에게 부총리 자리를 주는 식의 해법이어서는 곤란한다. 이런 식이라면 차기 과기부 장관은 개인 역량과 관계없이 자동적으로 부총리직을 꿰차는 혜택을 보게 된다. 그게 아니라면 개각 때마다 산자-정통-과기부 장관 중 가장 유능한 사람을 골라 기술부총리로 앉혀야 할 것이다.
시스템이 고장났으면 시스템 자체를 뜯어 고치는게 우선이다. 산자-정통-과기부가 영역타툼을 하는 것은 여러개로 쪼갤 수 없는 문제를 억지로 쪼개서 관리하도록 정부 조직을 잘못 만들었기 때문이다. 예컨데 삼성전자란 회사를 3개 부처가 제각각 자기 소관이라고 우기는 꼴이다. 그러면서도 챙기는 범위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이러니 전자-IT-기술개발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삼성전자를 제대로 이해하는 정책이 나오기 어렵다. 삼성전자의 입장에서는 똑같은 사업을 놓고도 3명의 상전을 모셔야 한다. 여기에 재정경제부나 공정거래위원회까지 상전으로 나서면 정말 골치가 아플 수 밖에 없다.
산자부와 정통부의 통합은 DJ 정부 출범때 결론을 냈다가 공무원들의 조직적 반발과 저항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과기부는 `과학기술 육성'이란 상징적인 명분에 얽매여 통합 논의에서 은근슬쩍 비켜서 있다. 하지만 이제는 3개 부처의 대통합을 모색해야 할 때다. 기술부총리가 앉을 자리는 바로 그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