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글간판과 우리의 소망

[기고] 한글간판과 우리의 소망

이상빈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2004.01.15 19:37

[기고] 한글간판과 우리의 소망

 최근 뉴욕 타임스에 흥미로운 기사가 게재되었다. 뉴욕 타임스가 제기한 문제는 나 자신이 20년 전에 뉴욕에 발을 들어 놓은 이후 줄곧 생각하고 있었던 것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었다.

뉴욕 타임스 기사는 온통 한글로 장식된 상점 간판을 배경사진으로 하고 있었기에 나의 눈에 얼른 띄었다. 한국이민자들은 미국에 와서 까지 한글 간판만 사용하기 때문에 현지인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는 것이 기사의 요지였다. 미국 현지에서 태아나 자란 사람들은 무엇을 파는 상점인지도 모르는 가게가 자기들 주위에 생기는 것을 그렇게 탐탁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뉴욕시는 무엇을 하는 상점인지를 최소한 알아 볼 수 있도록 영어를 간판에 병기하도록 하자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외국 땅에 이민 와서 동포끼리 도와가면서 살겠다는 순박한 마음이야 나무랄 수 없다. 그러나 민족 간의 갈등요인으로 까지 한글 간판이 비화하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무엇인가 느낄 점이 있다. 미국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장사하기에 영어가 모자라고 또 장사 품목도 마땅하지 않으니까 한국사람 상대로 장사를 시작하고 그러다 보니까 한글 간판이 등장하게 되는 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이는 한국사람 끼리 경쟁하면서 제살 깎아 먹기 식이 될 뿐이다 또 이는 한국이민자들이 결코 미국시회의 주류에 합류할 수 없고 영원한 이방인으로 남아 있게 할 뿐이다.

최근 FTA의 국회비준이 농촌 출신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무역을 통해 우리 경제가 성장하였고 또 앞으로 무역만이 우리의 유일한 성장엔진이 되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무역대국으로 나아가는 첫 단추인 FTA가 잘못 끼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경제의 앞날을 어둡게 할 뿐이다. 농촌 보호를 명분으로 FTA를 반대하지만 이미 자생력을 상실한 농촌을 보호만 한다고 살아 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우리 농촌의 문제는 지나친 농촌보호에서 잉태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운동 유용론을 주장하는 이론에 인디안 부족 이론이 있다. 천박한 땅에서 식량기근에 시달리는 부족과 풍요한 땅에서 식량 걱정 없이 살아가는 인디안 부족들의 평균 수명을 조사한 결과 우리의 상식과는 반대로 천박한 땅에서 사는 인디안 부족의 평균 수명이 더 길었다. 이는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 몸에 질병 등에 저항하는 물질이 생성되고 이것 때문에 천박한 땅의 인디안 부족이 장수한다는 이론이다.

따라서 우리가 운동을 하면 할수록 근육이 단련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운동을 통해 극한상황을 연출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몸에서 배출되는 물질이다. 이러한 물질이 단련된 근육보다 더 우리를 건강하게 한다. 농촌문제의 접근도 이제 무조건 보호에서 탈피해 농촌의 자생력이 생기도록 적절한 자극을 주어야 한다. 이러한 자극은 외국 농산물과의 경쟁에서 생길 수 밖에 없다.

어린아이를 지나치게 보호하면서 키우면 훗날 어린아이가 어른이 되어 사회에 나가 적응에 실패하면 부모를 원망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볼 때 농촌을 지나치게 보호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온 나라가 경제회생을 염원하고 있다. 꿈을 꾸는 자만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하지만 꿈만 꾼다고 꿈이 현실로 변하지 않는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고난에 찬 결단을 내려야 할 때는 내려야 한다. FTA 국회 비준과 스크린 쿼터로 발목이 잡힌 한미투자협정이 조속히 해결되어야 한다.

FTA의 국회통과가 이루어지고 한미투자협정이 체결되면 우리는 한국 경제를 소생시키는 조그마한 불씨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불씨는 처음에는 비록 조그만 하지만 불씨가 자라나면 한국 경제를 회생시키는 거대한 불기둥이 될 수도 있다. 연말쯤에는 경기회복 때문에 주식 전광판에 온통 불이 붙어 있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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