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미국 대형은행 M&A 감상
지난 14일(현지 시각) 미국의 JP모건체이스(JPMorgan Chase)와 뱅크원(Bank One)이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JP Morgan은 작년 9월말 기준 자산 규모 7927억 달러(3위), Bank One은 2900억 달러(6위)로 두 은행이 합병하면 1조827억 달러의 초대형 은행이 탄생하게 된다. 이는 1조2089억 달러의 시티그룹에 이어 두 번째로, 작년 10월 27일 Fleet Boston 인수를 통해 2위로 올라섰던 Bank of America는 다시 3위로 밀려나게 된다.
이처럼 한 동안 잠잠하던 미국의 대형은행간 인수합병(M&A)가 작년 말부터 다시 불붙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M&A는 대개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를 위한 대형화와 범위의 경제(economies of scope)를 위한 겸업화를 목적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최근 미국 은행들의 M&A는 이러한 전통적 이유보다는 ‘소매금융의 강화’라는 지향점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우선 M&A 이전 JP Morgan과 BOA는 각각 자산 규모 2, 3위의 은행들이었기 때문에 대형화의 유인은 크지 않았다. 크면 클수록 좋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절대적 규모가 작아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은행들은 아니었다. 또한 업무영역에 있어서도 과거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또는 상업은행과 보험 등 서로 다른 업종의 금융회사가 결합하는 방식으로 보기도 어렵다.
다시 말하면 JPMorgan과 BOA는 이미 충분한 규모에 다각화된 수익구조를 갖고 있었지만, 소매금융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서 각각 Bank One과 Fleet Boston을 인수합병했다고 볼 수 있다. Bank One은 소매금융, 특히 미국내 3위의 카드 발급자로 카드부문에 강점을 지니고 있는 은행이고, Fleet Boston은 BOA의 취약지역인 미국의 북동부(New England)에 거점을 갖고 있는 소매은행이다.
이처럼 미국의 대형은행들이 소매금융을 강화하는 이유는 기업대출과 자본시장 영업은 변동성이 큰 반면, 소매금융은 안정적 수익원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게다가 소매금융의 수익성도 높다. 미국 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소매금융의 자기자본 이익률(ROE)은 20%를 상회하는 반면, 기업금융의 ROE는 10% 내외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은행들로서는 IT버블의 후유증 속에서 역시 기댈 곳은 소매금융이라는 교훈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굳이 M&A가 아니더라도 점포를 확충하거나 이색 점포를 설치하고 서비스를 개선하며 수수료를 인하하는 등의 소매금융 확대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미국 은행들의 움직임이 우리나라 은행들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우리나라 은행들도 양과 질적인 면에서 소매금융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유는 미국 은행들과 마찬가지이다. 카드버블이 붕괴되면서 우리 금융시장에서는 은행들이 지나치게 소매금융을 확대한 것이 아닌가라는 반성과 회의가 일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는 방향 설정(direction)의 오류가 아니라, 금융의 ABC인 위험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둘은 서로 다른 영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