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시세는 시세에게 물어라"
지난해부터 시작된 대세 상승장세의 중요한 화두중 하나는 차별화이다. 특히 지난해 수출관련주와 내수관련주간의 주가 차별화에서, 올해 들어서는 '종목이 아닌 시장을 매수하는' 외국인들에 의해 이른바 대표종목들만으로 시장이 더욱 더 압축되는 극단적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이제 거래소에 소속된 하나의 종목이라기 보다는 별개의 小시장을 형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목은 안 오르고 지수만 오르는 이러한 흐름에서 소액투자자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더욱 더 클 것이다.
사실 종목별 주가차별화는 이번 장세에만 나타났던 것은 아니며, 장세 상승기조가 일정기간 진행된 후에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반적인 장세사이클상의 특징이기도 하다. 되짚어 보면 멀게는 94년의 실적장세에서 `Nifty fifty(멋진 50개 종목)'란 말이 회자되기 시작했고, 99년의 바이코리아(Buy Korea)장세, 가깝게는 2002년초의 디커플링(Decoupling)장세에도 종목별 주가차별화는 존재해 왔다.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차별화의 속도가 더욱 더 빨라지고 있고, 이번 상승장세의 주가 차별화는 그 어느때 보다도 진행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투자자들의 고민은 늦었지만 대표주식의 시세에 동참해야 할지, 아니면 낙폭이 충분하다고 생각되는, 혹은 충분히 저평가 되어 있다고 생각되는 종목들을 매수해 놓고 기다려야 할 지로 요약될 것이다. 이 고민에 대한 판단은 앞으로도 종목별 주가차별화가 더 진행될 지의 여부에 있겠고, 현재의 차별화를 유발시키고 있는 근본적인 수급구조가 앞으로도 바뀌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답은 자명해진다.
외국인투자자금은 달러약세와 달러표시자산에서 비달러자산으로의 자금 이동, 이머징마켓에 대한 저평가 시각 등을 백그라운드로 하여 앞으로도 국내 증시에 계속 유입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부동자금이 400조원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800P대라는 지수가 부담스러워진 상황에서 국내자금이 적극적으로 증시에 유입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들이 가는 뒷길에 꽃길이 있다" 라는 말 보다는 "시세는 시세에게 물어라"라는 말이 현재로서는 더 어울리는 격언이지 싶다. 즉, 앞으로도 상당기간은 포트폴리오상 절반 정도는 블루칩을 편입해야 할 것으로 보이며, 과거 블루칩의 시세 형성 이후에 시세가 분출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던 옐로칩들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예외적으로는, 올해 들어 극단적인 차별화장세의 와중에도 시세 탄력을 과시했던, 이른바 전환형 기업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나, 현실투자에 있어서 종목발굴이 쉽지 않은 면이 있다. 이외에 차별화가 심화되어 있는 내수관련주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는 있으되, 다른 여건들을 감안할 때 아직은 매수하고 기다리기에는 때가 이른 감이 있다.
덧붙여, 투자자 여러분들이 고대해 마지 않는 개별주, 혹은 더 직접적으로는 작전주의 시세는 대부분 대세 상승기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후에 발생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예컨데 94년말 대 상투를 기록한 후에 나타났던 신기술주에 대한 폭발적인 매수세, 또한 99년말 IT버블형성 이후 2000년 상반기 중에 나타났던 사업다각화 종목에 대한 이상 매수세 등을 연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아직은 먼 훗날의 얘기이며, 또한 이 때쯤 되면 이미 日暮途遠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멀다)이라는 구절을 서서히 되뇌이기 시작할 시점이라는 점도 유념을 해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