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인트]거북이 증시

[오늘의 포인트]거북이 증시

신수영 기자
2004.02.13 12:32

[오늘의 포인트]거북이 증시

종합주가지수가 거북이 마냥 900으로 엉금엉금 다가가고 있다. 언제 900까지 가겠는가 싶었지만 지나고 보면 한걸음 한걸음이 모여서 성큼 900앞에 다가가 있는 그야말로 거북이 증시다. 오르락 내리락을 정신없이 반복하는 토끼증시는 자취 자체를 감춘 듯하다.

눈앞의 파도에 심취하는 단타보다 거북이 증시를 믿고 진득하게 기다리는 저축성 투자가 빛을 발하는 시점이라는 얘기도 된다. 대형주 가격부담이 느껴지고 있으나 잠깐 등산속도 조절의 의미 일뿐 내리막은 아니라는 관측이다.

13일 미국증시 약세에도 불구하고 거래소 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7일째 엉금엉금 상승, 880까지 올라갔다. 오후 12시12분 현재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3.91포인트 오른 881.94를 기록하고 있다. 외국인이 588억원 순매수한 반면, 개인과 기관이 각각 304억원과 291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날 지수는 미국증시 하락의 영향으로 약보합에서 장을 출발했지만 이내 상승세로 돌아섰다.최근 6거래일간 지수가 쉼없이 올라 연중 최고점을 경신했음을 감안하면 이제 조정을 받을 만한 시점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삼성SDI 등 IT관련주들도 신고가를 경신한 상황.

그러나 '의미를 둘 만한' 조정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외국인의 순매수가 받쳐주고 있기 때문.홍춘욱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대부분의 기술적 지표들이 모두 과열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그러나 어제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연기금 매수가 들어온 점, 외국인이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점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며 강한 하방경직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2월 들어 외국인의 매수 강도는 낮아졌다. 한화증권에 따르면 지난주 아시아 펀드와 신흥시장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며 한국 관련 펀드가 14주만에 순유출로 전환했다. 최근 외국인 매매 동향이 IT위주에서 금융주로 확산되고 있는 까닭을 대표주들의 가격부담에서 찾는 입장도 많다.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전략팀장은 "외국인이 사고 있어 지수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으나 외국인 매매가 상당히 줄었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최근 외국인이 매수하는 종목이 대부분 은행주 등 금융주 중심이고 IT나 차이나 모멘텀과 관련된 소재, 운송 등에 대한 매수가 감소했다는 사실은 더이상 살 종목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형주 가격 부담은 주가가 잠시 쉬어가는 그루터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경기회복에 대한 믿음이 있고 외인순매수가 있는한 골이 패이는 조정은 없을 것이란 시각이다. 900고지 점령도 외국인밖에 기댈 곳은 없다.

이 전략팀장은 "지난 1월 외국인이 12조원을 매수하고 8조원을 매도했는데, 800후반에서 팔아 이를 다시 같은 주가수준에서 살 가능성은 적다"며 "수급의 포인트는 외국인이 지난 1월 매도한 자금이 얼마나 재활용되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800 후반과 900 초반에서 신규자금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그 이상의 지수상승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화증권의 홍 팀장은 "환율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 시작하며 은행주와 내수주가 움직이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전날 연기금 매수 등에 근거해 국내 투자자금에 대한 기대를 보이며 LG건설, 한국타이어 등 중형주쪽으로 매기를 확산시키는 모습"이라고 평했다. 그는 2월 주가폭을 820~900으로 봤으며 과열 신호가 나타나고 있지만 수급개선에 대한 기대가 뒷받침되는 만큼 좀 더 오를 수 있겠다고 내다봤다.

박석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사지만 규모가 점차 줄어들고 있어 부담"이라며 "선도주라 할 수 있는 IT주가 조정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3월 반등여부가 불투명해 관망하는 편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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