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니들이 우주선을 알아?"

[광화문] "니들이 우주선을 알아?"

유승호 부장
2004.04.15 11:13

[광화문] "니들이 우주선을 알아?"

 우리나라에서 우주선을 발사했다면 각계 반응은 어떨까. 한때 ‘우주선 패러디’가 유행한 적이 있다.

 정치권 반응. "우주선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 “우주선 발사는 신중해야 한다” "대통령 측근 우주선 부품 납품 비리 의혹 있다” “조종사 중에 친북세력 있다” “그 우주선 정통성 있는 우주선인가?” “우주선 발사해서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집니까?” “K대 출신이 우주선 몰아도 되나?" “조종사 초등학교 성적이 양가가 뭡니까?” “우주선 만드는데 29만원밖에 안 들었다” “내가 대통령 할때부터 추진한거다”

 언론사 반응. "우주선 조종사 호남출신 50% 압도적" “우주선 부품 납품에 대통령 측근인사 연루의혹” “우주선 개발 연구원 태반이 임시직” “대구 부산에는 우주선이 없다”

 마지막으로 연예계 반응. “니들이 우주선을 알아?”

 말도 참 잘 만들어낸다. 정치인들의 색깔과 억지가 잘도 드러난다. 만약 우주선을 쏘았다면 16대 국회가 정말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말들에 실소를 자아내다가 웃을 일이 아니다 싶어진다. 일부 반응엔 국민들을 이리저리 쪼개놓는 ‘호모 세파라투스(Homo separatus) 증후군’이 짙게 배있다.

 17대 총선에서도 이 증후군은 여지없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멀쩡하게 잘 지내던 사람들 사이에 칸막이를 쳐놓으면 행동 반응이 차츰 변화를 보인다는 얘기이다. 칸막이 넘어 보이지 않는 건너편에 대한 호기심이 시간이 지날 수록 공포심과 적개심으로 발전하고 결국 건너편은 괴물이 돼간다. 한 공간에 쥐를 여러 마리 넣어놓고 실험을 했다고 한다. 처음엔 건너편에서 들리는 쥐소리에 호기심을 보이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공포심을 보이고 적개심을 나타내기 시작한다고 한다.

 칸막이가 주는 공포심을 정치인들이 선거전에 활용해왔다. 정치인들은 칸막이를 쳐서 적개심을 주입시키고 그 부산물로 표를 얻어왔다. 한쪽에서 표를 얻지 못할 바에 다른 쪽의 적개심을 부추겨 자기 편으로 만든다. 적개심으로 자신에 대한 유권자의 분별력을 잃게 만드는 전략이다. 정통성에 취약한 군사 정권이 이같은 전략을 십분 활용했다. 적개심이 분별력을 잠들게 하는 특효약이었다.

 이번 선거전에서도 흠절을 감추기 위해 칸막이 전략이 동원됐다. 선거전 보도 곳곳에 ‘어느 지역 표심을 자극하는’이란 대목이 자주 등장한다. 정치인들이 국민들의 의사를 올바로 전달했는지, 국민들의 의사를 무시했는지에 대한 분별 보다 지역.세대,이념의 칸막이로 적개심에 가득 차게 하는 전략이다.

 직장에서, 하숙집에서, 노인정에서 세대.지역 갈등에 또 상처를 받았다. 투표가 끝나고 나면 정치인들은 다시한번 칸막이의 효험을 확신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국회로 가서 또 무슨 행태를 보일지 모른다. 4년후에 칸막이만 잘 치면 되니까. ‘칸막이의 전설’은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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