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비대칭규제'의 함정

[광화문] '비대칭규제'의 함정

김영권 정보통신부장겸 특집기획부장
2004.04.22 10:18

[광화문] '비대칭규제'의 함정

 비대칭규제. 말 그대로 차별규제다. 성가신 규제에다 차별까지 하니 결코 정상은 아니다.

 얼마전 이동통신업계를 이끄는 `빅3' 사장들이 이 문제를 놓고 한판 설전을 벌였다. SK텔레콤 김신배 사장은 차별규제 종식을, KTF 남중수 사장은 `거대 여당 견제론'을 부르짖었다. 넘버3, LG텔레콤의 남용 사장은 `넘버1'은 물론 `넘버2'까지 차별규제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사장단 청문회'를 개최한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는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이통업계 재편의 열쇠를 쥐고 있는 심의위원들마다 고민이 많을 것이다. 3자 모두 수긍할 수 있는 보다 절묘한 차별규제 방안을 짜내려고 애쓰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한다. 하지만 나를 별로 좋은 답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오늘의 딜레마, 즉 유효경쟁이 어려운 기형적인 이동통신시장 구도를 초래한 화근인 신세기통신의 탄생 역사를 보자. 10년전인 1994년 2월14일.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청문회가 열렸다.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과 견줄 제2 이동통신사업자를 뽑기 위한 자리. 유력후보인 SK그룹은 `대통령의 사돈'이란 정치적 특혜시비에 휘말려 최종 레이스에서 물러났다. 대신 한국이동통신 인수로 작전을 바꿔 전화위복의 발판을 마련했다. LG그룹은 동양이 먼저 점찍은 데이콤을 넘겨받는다는 묵계 아래 발을 뺐다.

끝까지 남은 포스코와 코오롱이 문제였다. 양쪽 모두 한치도 양보할 태세가 아니었기 때문. 그래서 청문위원들이 내린 결론이 이른바 `황금분할'. 말이 그렇지 실제로는 둘이 똑같이 나눠가지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상대방의 발목을 잡는 집요한 시비와 밀실야합, 어설픈 절충과 타협의 결과는 어떻게 됐는가. 데이콤을 차지한 LG그룹은 PCS사업권(019)까지 따내 유무선을 거느린 통신사업자가 됐지만 여전히 `죽는 소리'다. 반면 SK텔레콤은 동업자 2명이 티격태격하는 신세기통신을 인수해 오늘날의 `거인'이 됐다. 청문위원들이 의도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그림이 그려진 것이다.

 이런 과오는 이번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실력있는 선수의 발목을 잡아 억지로 출발선에 정렬시켜도 그 선수는 다시 앞서 나가기 마련이다. 반대로 차별규제를 폐지하면 어떻게 될까.

KTF와 LG텔레콤은 SK텔레콤과 대적하기 위해 비장한 결단을 해야 할 것이다. KTF로서는 모기업인 KT와 뭉치는게 대안이 될 수 있다. LG텔레콤은 그룹으로부터 보다 과감한 투자지원을 받아내야 할 것이다. 그도저도 아니면 KTF와 LG텔레콤이 합병하는 수밖에 없다. 이른바 이통시장이 빠르게 재편되면서 투자와 경쟁이 가속화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이미 시장에서는 그같은 변화의 필요성을 감지하고 있다. 차별규제에 얽매인 정부와 업체들만 주저하며 뜸을 들이고 있을 뿐이다.

 물론 정부는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시장을 만들 의무가 있다. 하지만 그것이 자기 구미에 맞게 제맘대로 시장을 요리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랬다간 또 엉뚱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비대칭규제가 시장의 역동성을 죽이는 `규제의 덫'이 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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