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론스타가 버린 사람들

[광화문]론스타가 버린 사람들

박종면 부국장
2004.05.06 12:23

[광화문]론스타가 버린 사람들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 산업연구원에서 출발해 기아 포드할부금융 사장, LG증권 부사장, LG투신운용 사장 등을 거쳐 2002년 4월 외환은행장에 취임했다. 상업 한일은행 합병후 초대 한빛은행장 선임 때는 유력후보로 거명되기도 했다.

 

이강원 행장은 취임후 외환은행 출신으로 하나은행 경영전략본부장을 역임했던 이달용씨를 CFO(최고재무관리자)로 영입해 외자유치에 나섰고, 2003년 7월 마침내 1조원이 넘는 미국계 론스타와 딜을 성사시켰다.

 

론스타와의 딜에 대해 이강원 행장은 서울은행이나 조흥은행과 달리 신규 자본유입이 많기 때문에 매각이 아니라 외자유치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그는 헌신적으로 `외자유치' 협상을 마무리하는 데 나섰고 론스타에게는 큰 부담이었던 미주점포 정리에도 메달렸다. 덕분에 그는 8월말 임시주총에서 재신임을 받았다.

 

그러나 론스타와의 딜이 해외 거대 자본에의 매각일 뿐이고 `외자유치'는 착각이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대금을 지급하자 마자 2003년 11월 이 행장을 물러나게 했다.

그나마 위안이 됐던 것은 론스타가 그를 경영고문으로 예우해 3년간 6억원의 급여와 사무실을 마련해 준 것이었다. 이 행장은 무슨 사연이 많았는지 "너무도 아쉽고 섭섭하다"는말을 남기고 은행을 떠났다.

 

이달용 전 외환은행 부행장. 외환은행에서 시작해 보람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하나 보람은행 합병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보람은행 출신 가운데 하나은행과 합병후에도 살아남은 몇 안되는 사람으로 인정받았던 그는 이강원 행장과 동반 퇴진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오뚜기처럼 살아나 행장대행을 맡았다.

 

행장대행 취임후 그는 기존에 남아있던 4명의 임원들을 모두 정리했다. 정리해고가 수반된 외환카드 흡수합병에도 몸을 던졌다. 이같은 공을 인정받아서였을까. 지난 1월 정기주총에서 그는 부행장으로 재신임받았다. 36만주의 스톡옵션도 받았다. 금융계에서는 제2의 김정태행장이 나올 것이라는 소리까지 나왔다.

 

하지만 잃은 것도 많았다. 자신을 스카우트했던 이강원 전 행장과의 관계가 멀어졌고, 은행 선후배들로부터는 원망의 소리를 들어야 했다. 노조도 그에 대해 불신과 경계감을 보였다.

 

더욱이 자신의 임기는 지킬 것으로 보였던 이 부행장은 지난 2월 웨커 수석부행장이 취임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론스타는 그에게 보직조차 주지 않았다. 이 부행장은 결국 은행을 떠나야 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믿을 사람이 없다'는 취지의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주훈 전 외환카드 부사장. 삼성생명 삼성카드 등을 거쳐 2003년 3월 외환카드 부사장으로 스카우트됐다. 부사장 취임당시 2년간 21억원의 보수와 4만주의 스톡옵션을 받기로 했지만 외환카드 노조가 이 사실을 알면서 흐지부지됐다. 노조와의 악연은 내내 계속됐다.

 

지난 1월 외환카드 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갔을 때 그는 밤을 세워 교섭을 했다. 또 정리해고에 대한 항의 표시로 칼을 들고 나타난 노조원들에게 충격을 받아 병원에 입원까지 했다. 그런 그도 외환카드에 대한 정리해고와 흡수합병이 끝나자 이달용 부행장과 함께 자리를 떠야 했다.

 

이강원 이달용 이주훈 이들은 모두 시장에 정통하고 자본의 생리에 밝다. 어떻게 해야 살아남는 지를 안다. 때로는 남의 가슴에 못을 박는 악역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들도 론스타 앞에선 너무 순진했다.

 

론스타는 한미은행을 인수한 씨티나 제일은행 대주주인 뉴브리지캐피탈과는 많이 다르다. KEB맨들이 소신껏 일을 하기 보다 윗선의 눈치만 살피는 것도 이해가 간다. 론스타가 조급증에 빠져 은행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론스타의 `실험'이 성공할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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