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인트]이럴 때일수록 비전을 갖자

[오늘의 포인트]이럴 때일수록 비전을 갖자

권성희 기자
2004.05.17 12:14

[오늘의 포인트]이럴 때일수록 비전을 갖자

오늘(17일)이면 급락세는 진정될 줄 알았다. 출발은 그랬다. 한 때 상승 전환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사태는 다시 급락세로 변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사태 진전. 도대체 주가가 왜 하락하냐란 어리둥절한 질문을 반복하지만 대답 역시 3주간 주가 하락 동안 언제나 똑같았다.

특히 오늘은 4월말 주가 급락을 야기했던 외국인이 많이 파는 것도 아니고 지난주말 주가 추락을 초래했던 프로그램 매물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사는 사람이 없다. 대규모 매도가 없어도 매수가 없는 상황에서는 주가가 밀릴 수 밖에 없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오늘 주가 하락은 주식을 팔아서가 아니라 대기 매수세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전 11시47분 현재 개인의 순매도는 350억원, 외국인 순매도는 72억원 합해서 430억원 남짓이다. 매물 공세가 크지 않음에도 종합지수는 30포인트 가량으로 낙폭을 확대하며 740까지 위협하고 있다. 기관이 프로그램 매수 중심으로 248억원 순매수를 보이고 있다. 프로그램은 263억원 순매수.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40억~70억원대를 오가는데 순매도 규모가 70억원대로 가까워질때마다 낙폭이 커가는 양상이다. 워낙 대기 매수세가 없어 개인이든 외국인이든 '팔자' 주문이 늘기만 하면 지수는 힘없이 추락이다.

개인도 매수 여력이 떨어졌다

최근 순매수를 보여왔던 개인도 더 이상은 매수 여력이 없어 보인다. 강현철 LG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개인 미수금 범위가 6000억~9000억원 사이인데 미수금이 상단에 근접했다"며 "반등을 기다리고 매수했던 개인들이 손절매로라도 주식을 처분해야할 시점인 듯 하다"고 말했다. 고객 예탁금이 9조원대에서 정체된 상황에서 개인의 신규 자금은 들어오지 않고 기존 투자자들의 반등을 노린 저가 매수는 추락 장세 속에서 현재까진 성공하지 못했다. 최악의 경우 손절매가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 주가 하락에 국내 요인을 지목하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으나 국내 요인은 설사 영향을 주고 있다 해도 미미하다는게 증권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의 주가 하락은 아시아를 중심으로 전세계적으로 동일하다. 이날도 대만이 4.5% 급락하는 것을 비롯해 한국이 3.7%, 일본이 2.2% 떨어지고 있다. 홍콩이 0.9% 하락세로 그나마 견조한 편일 뿐 경기 민감도가 높은 한국과 대만 중심으로 동반 하락의 모습이다.

이날 또다시 아시아 전체적으로 '블랙 먼데이'가 재현되고 있는 것은 지난주말 발표된 미국의 핵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웃돌아 금리 인상이 더욱 빨라지고 가팔라질 것이란 우려가 추가됐다는 점, 유가 상승세가 멈출줄을 모른다는 점 때문이다.

미국 금리 인상은 달러화 강세로 연결되며 이는 이머징마켓의 주식을 비롯한 비달러화 자산에 악재다. 5월들어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고조로 인해 원화, 유로화, 엔화 환율 등이 대부분 10% 가량 오르며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냈다. 종합주가지수는 한달이 안 된 기간 동안 200포인트 가량, 20%가 급락했다.

전세계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과 금리 상승 부담이 높아지면서 주식과 같은 리스크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줄고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펀드들이, 국내외 관계없이 주식 비중을 축소 조절해야할 필요성에 직면해 있다. 이날 UBS증권이 주식 비중을 '확대'에서 '중립'으로 현금을 상당폭의 '확대'로 조정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외국인이 안 사면 무조건 떨어지는 취약성

또 하나 감안해야할 점은 국내 증시가 최근 2주일간 다른 아시아국가에 비해 더 많이 떨어진 것은 고질적인 국내 수급 취약성 때문이란 사실이다. 지난주 외국인은 거래소시장에서 2000억원 이상 순매수했다. 대만에서 1조원 이상 순매도한 것과는 상반된 것이다. 지난주 국내 증시를 추락시킨 것은 프로그램 중심의 기관 물량 때문이었다.

LG투자증권의 강 연구위원은 "국내 투자자들은 안 그래도 주식 보유분이 적은 상황에서 비중을 축소하려고 하고 있다"며 "현재 국내 증시는 반등하려면 외국인이 안 팔기만 해서도 안 되고 무조건 사야 하는 구도"라고 말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증시 외면이 워낙 심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증시는 지지선이라고 여겼던 850-820-780-750을 너무 쉽게 깨고 내려왔기 때문에 기술적 반등이 언제든 가능한 시점이나 섣불리 저가 매수를 추천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바닥을 알 수 없는 추락 때문에 모든 투자자들이 바닥을 확인하고 사도 늦지 않다는 심리를 갖고 있다.

지금 용기를 내서 분할 매수하면 중기적으로 이익을 얻을 것이란데 누구나 동의하지만 지금은 공황(패닉) 상태다. 현금이 왕이란 심리가 팽배하다. 섣불리 나설 용기가 없다. 외국인이 나서서 증시를 패닉 상태에서 구원해줬으면 하지만 외국인들도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 순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매수할 여력이 점차 축소되고 있다.

그러나 용기있는 자만이 미인을 얻을 수 있다는 격언, 유명한 가치 투자자인 존 템플텐이 부자가 될 종자돈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주가 폭락 시기에 좋은 기업을 골라내 투자했기 때문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이럴 때일수록 비전을 갖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패닉은 언젠가는 지나간다. 삼성증권 오 연구위원은 패닉이 진정되기 위해서는 심리적으로 해외 증시의 안정, 펀더멘털상으로 유가 상승의 제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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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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