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컨트리리스크 때문이라구?

[오늘의포인트]컨트리리스크 때문이라구?

권성희 기자
2004.05.18 12:33

[오늘의포인트]컨트리리스크 때문이라구?

최근 전세계 증시가 하락하는 가운데 유독 한국 증시의 하락률이 큰데 대해 논란이 분분하다. 특히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된 이후 낙폭이 커졌다며 '컨트리 리스크'를 논하는 의견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대해 국내 거래소시장 시가총액의 42%를 점하고 있는 외국인은 '전혀 아니올시다'란 반응이다. 외국계 증권사 서울지점의 리서치 헤드 중에서 최근 주가 하락의 원인을 국내 요인에 돌리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 주가 하락은 전혀 한국 상황과는 관계가 없다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다만 한국 증시의 원죄라면 외국인 비중이 높아 수급 구조가 취약하다는 점이다.

외국인은 중국 긴축 우려가 불거졌던 4월말 한 주일 동안에만 한국 주식을 대거 팔았을 뿐 그 뒤로는 한국 증시에 대해 중립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다른 아시아 증시에서 대규모 순매도를 계속하고 있는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지난주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외국인이 순매수한 국가는 한국과 필리핀 밖에 없다. 순매수 규모는 한국이 2억858만달러로 필리핀의 1314만달러를 20배 이상 앞섰다. 전날(17일) 아시아 증시가 동반 급락할 때에도 외국인은 아시아 주요 국가에 대해 일제히 순매도를 보였는데 규모는 필리핀이 100만달러로 가장 적었고 한국이 3396만달러로 두번째로 적었다. 대만은 2억7472만달러로 한국의 9배 가까이 외국인 순매도가 많았다.

다시말해 외국인은 최근 국내 증시가 급락하는 동안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았으며 최근 주가 하락은 외국인 매도 때문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윤용철 리먼브러더스 상무(리서치 헤드)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정치나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이 없다"며 "최근 주가 하락은 유가 상승, 중국 경착륙 우려,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한 국제 자금의 미국 회귀 현상 등 국제적인 이슈들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 상무는 외국인들이 최근 한국 증시에서 매도하지 않거나 오히려 순매수하는데 대해 "이미 주가가 너무 많이 떨어져서 밸류에이션이 굉장히 싸다고 느끼고 있어 종목별로 볼 때 지금 팔아야할 이유를 못 찾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 증시의 경우 주가 하락이 너무 심해 외국인들이 팔 겨를이 없었기 때문에 못 판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외국계 증권사의 해석은 다르다. 한 외국계 증권사 임원은 "전체 시장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헤지펀드의 경우 그럴 가능성이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대부분을 점하는 장기 펀드, 뮤추얼펀드의 경우 거의 대부분이 기계적 손절매 규정을 갖고 있지 않아 급하게 팔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종합주가지수 900 수준에서도 저평가된 종목들이 많다고 판단했는데 아무리 급하게 하락했다 해도 지수 800, 700 수준에서 주식을 더 팔 이유는 없다는 설명이다.

리먼 브러더스의 윤 상무는 외국인들이 적극적으로 한국 주식을 매수하지 않는데 대해서는 "개별 종목으로 보면 주가가 너무 매력적이라 사고 싶지만 글로벌 거시 모멘텀상 유가나 중국 경기 등의 우려가 남아 있어 못 사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미국과 아시아 마케팅 투어를 다녀온 박정준 JP모간 기술주 애널리스트는 "단기 차익을 노리는 헤지펀드들은 손절매 규정이 있지만 뮤추얼펀드들은 손절매 규정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뮤추얼펀드들은 급락이 진정되면 주가가 많이 떨어진 우량주를 더 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형 외국 펀드회사의 주식운용본부장은 "지금부터 외국인이 더 팔 것이냐 하는 문제는 주식형 펀드에서 환매 요청이 들어오느냐에 달려 있는데 이는 글로벌 체감 경기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주식은 아시아에서 저평가 상태가 극히 심하기 때문에 아시아 펀드, 글로벌 이머징펀드, 인터내셔널 펀드 등에 대해 환매 요청이 들어오지 않는한 더 팔 이유는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또 이들 펀드에 대한 환매 요청은 글로벌 경기 상황이 결정짓는다고 설명했다.

즉, 외국인들이 한국 내부 문제 때문에 주식을 팔고 나갈 것이란 해석은 현재 상황에서는 지나친 비약이라는 지적들이다. 이 본부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인도 정치에 대해서는 좀 우려하면서 환매와 관계없이 인도 비중을 줄이는 움직임이지만 한국이나 대만은 특별히 국내 이슈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외국계 증권사 기술주 애널리스트 역시 "한국 투자자 중에삼성전자주가가 많이 빠졌는데 외국인이 왜 저가 매수하지 않느냐란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잘못된 질문"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판 것은 삼성전자의 펀더멘털 혹은 한국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글로벌 거시 경제 불확실성 때문이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외국인이 삼성전자 혹은 한국 주식을 다시 적극적으로 매수하려면 삼성전자의 밸류에이션이나 펀더멘털 혹은 국내 상황에 관계없이 유가나 중국 경기, 미국 금리 인상 후 하반기 경기 상황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결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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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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