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정동영-김근태 장관
여권의 두 실세,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과 김근태 전 원내 대표. 자타가 인정하는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른 두 사람이 장관이 될 모양이다. 한 사람은 통일부 장관, 또 한사람은 정보통신부 장관 자리를 저울질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부총리급인 통일부 장관에 비해 정통부 장관은 격이 맞지 않으니까 과학기술부를 맡기는게 좋겠다는 얘기도 들린다. 과기부 장관을 부총리급으로 격상시켜 IT 정책의 총괄 지휘권을 부여키로 했으니까 모양새는 좋다. 요즘에는 문화관광부나 보건복지부 장관 자리까지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역량을 검증받은 힘있는 정치권 인사가 국정을 직접 이끄는 장관이 돼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행정경험을 쌓는 일은 개인적으로도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장관직은 `대권수업'에 꼭 필요한 필수과목이라 할 만 하다. 노무현 대통령도 한때 해양수산부 장관을 거치지 않았던가. 다른 점이 있다면 노 대통령은 `야인' 시절에 장관이 됐고, 정·김 두사람은 한창 잘 나가고 있을 때 `장관행'을 모색하고 있다는 정도다.
총선을 승리로 이끈 두 주역이 정말 동시에 입각해 장관이 된다면 세계적으로도 드문 뉴스거리가 될 것이다. 물론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공을 따져 전리품을 나누 듯 장관직을 주고 받는 식으로 얘기가 흘러서는 곤란하다. 그나마 정치성이 강한 통일부 장관은 좀 나은 편이다. 하지만 전문성을 요하는 과기부나 정통부 장관 자리는 정치적으로 가고 말고 할 자리가 아니다. 더구나 현직에 있는 오명 과기부 장관과 진대제 정통부 장관에 하자가 있는 것도 아니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직후 `2-27 개각'을 단행하면서 두가지 인사원칙을 밝혔다. 첫째는 분위기 쇄신용 개각을 하지 않겠다는 것. 둘째는 대과가 없는 한 최소한 2년에서 2년반 정도는 임기를 보장하고, 잘 하는 장관은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해도 좋다는 것이다.
이런 원칙에 따를 경우 오 장관이나 진 장관을 지금 바꿔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정치권의 수요에 맞추느라 잘못이 없는 장관을`팽'한다면 말이 안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장관이 된 정치인은 또 다시 정치적 필요에 따라 장관직을 떨치고 나갈 것이다.
오 장관이나 진 장관이 IT 정책을 잘 이끌고 있다고 단정하진 않겠다. 하지만 분명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보통신 현안은 매우 어렵고 복잡하다. 이의 해법을 찾으려면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서까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맥을 짚을 수 있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신화를 일군 `미스터 반도체', 진 장관도 이제야 탄력을 받는 모습이다. 그가 요즘 틈만나면 부르짓는 `8-3-9 전략'(8대 IT 서비스 도입 및 활성화-3대 핵심 인프라 구축-9대 신성장동력 추진)이란 것도 하루 아침에 나온 구상이 아니다. 최소한 1년 이상 숙성시킬 시간을 주지 않았다면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할만하니까 바꿔치기를 하면 정치인 출신 새 장관이 IT 현안을 숙지하는데만 또 다시 1년 이상을 허비하지 않을까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