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이동통신 3사의 '내기골프'
지난달 5일,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과 김신배 SK텔레콤 사장, 남중수 KTF 사장, 남용 LG텔레콤 사장이 함께 골프를 쳤다. 진 장관의 초청 형식으로 성사된 골프회동에서 네 사람이 무슨 얘기를 했을지 자못 궁금하다. 친구들끼리 즐기는 자리는 아니었으니까 흉금없는 대화가 오갔을 것 같지는 않다. 이후 전해진 이야기도 이동통신 3사 사장이 `클린 마케팅'을 다짐했다는 정도다.
하지만 네 사람 모두 못다한 말이 많았을 것이다.
"신세기통신을 차지한SK텔레콤이 시장을 장악하고 후발사업자들을 고사시키고 있다. SK텔레콤이 꼼짝 못하게 더 단단히 손발을 묶어야 한다"(KTF 남중수 사장)
"정말 먹고 살기 힘들다. SK텔레콤의 `시장약탈'을 봉쇄해야 한다. 우리도 살아남을 수 있게 최소한의 생존조건은 만들어 줘야 한다"(LG텔레콤 남용 사장)
"자중할테니 제발 발목 좀 잡지 말아 달라. 시장을 키워야지 맨날 시장점유율만 놓고 따지면 어쩌란 말이냐"(SK텔레콤 김신배 사장)
휴대전화 서비스 최강국의 신화를 만들어낸 이동통신 3사 사장들은 대략 이같은 요지의 얘기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진 장관은 뭐라고 했을까. 셋이 다투는데 어느 한쪽이 옳다고 거들기는 곤란했을 것같다. 그러니 "제발 다투지 좀 말라" 또는 "다투더라도 너무 심하게 헐뜯지는 말라"고 말렸을 것이다. 그래서 나온 말이 `클린 마케팅'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 말처럼 공허하고 실속없는 것도 없다. 서로 죽자사자 싸우고 있는데 예의 좀 지켜가며 젊잖게 할퀴고 때리라면 그게 지켜지겠는가. 결국 이통 3사는 사장들이 골프장에서 `클린 마케팅'을 다짐한지 한달여만에 통신위원회로부터 `퇴장' 명령을 받았다. 휴대폰 가입자들에게 단말기 보조금을 주지 말라고 입이 달도록 얘기했는데도 지키지 않았으니 앞으로 30∼40일씩 장사를 하지 말라는 `레드카드' 를 발급한 것이다.
그러나 다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자꾸 싸운다고 벌을 준다면 그건 다투는 당사자보다 게임의 룰을 만드는 당국자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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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이통 3사 사장이 회사의 명운이 걸린 `내기골프'를 친다고 하자. 골프 실력은 SK텔레콤-KTF―LG텔레콤 순인데 격차가 너무 커 진대제 장관이 별도로 게임 방법을 정해야 한다. 이 경우 진 장관이 가장 먼저 할 일은 세사람 모두 한눈 팔지 않고 팽팽하게 경쟁하도록 `핸디캡'을 조정하는 일일 것이다. 그래야만 공존과 상생 속에서 명실상부한 `프로선수'들을 키워 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칙하지 말고 잘 치라"는 알맹이 없는 말만 되풀이한다면 게임은 엉망이 될 수 밖에 없다. 게임의 승패에 중대 영향을 미치는 변수인 `핸디캡' 역시 잘못 손대면 선수들이 게임은 제쳐 두고 우왕좌왕 격론만 벌이다 날을 샐 것이다.
오늘날 이동통신시장의 최대 과제인`유효경쟁체제' 확립과 `비대칭 차별규제' 정책이 바로 이런 식으로 흘러가고 있는 게 아닌지 진지하게 되새겨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