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증권업은 사양산업인가

[기고]증권업은 사양산업인가

강창희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
2004.09.01 15:06

[기고]증권업은 사양산업인가

우리 증권업계는 주식시장의 침체와 이에 따른 거래부진, 투자자의 이탈로 전례 없는 경영위기에 빠져있다. 한 외국계 컨설팅 회사는 44개 국내증권사 가운데 20개 이상의 증권사가 퇴출 당할 위기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증권업계 경영자들은 입만 열면 구조조정을 외치고 있다. 수익성이 크게 나빠진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은 증권업 반납까지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증권업은 과연 사양산업화 되고 있는 것일까? 우리 금융시장에서 증권업의 존재의미는 퇴색해가고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적어도 증권업의 비즈니스 대상만은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우선 우리나라의 개인금융자산 규모가 1000조원 을 넘어섰다.과거 10년간 매년평균 9.8%씩 늘어왔으며 앞으로도 증가 추세는 계속될 것이다.

개인금융자산에서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저축상품은 저금리·고령화 시대를 맞아 투자상품 쪽으로 옮겨가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른바 저축의 시대에서 투자의 시대로 바뀌면서 증권업의 비즈니스 영역은 그만큼 확대될 것이다.

그런데도 왜 증권업을 사양산업이라고 하는가? 증권업의 사양화라기보다는 우리나라 증권회사들의 비즈니스 모델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우선 증권리테일 비즈니스의 대상인 가계금융자산에 대해 살펴보자.한국은행 통계에 의하면 2003년 말 현재 우리나라 각 가정에서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의 총 규모는 1031조원에 이른다.환율에 따라 순위가 바뀌지만 세계 10~15위권에 들어가는 규모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진출이 크게 늘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이 만만치 않은 규모의 가계금융자산을 보고 있는 것이다.

다음에는 가계금융자산의 구성이다. 주식, 채권, 투신수익증권과 같은 투자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6% 조금 넘는다. 일본보다는 투자상품의 비중이 높다고 할 수 있지만 미국의 가계금융자산 구성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예금을 중심으로 한 저축상품으로 구성돼 있다.

반면에 미국의 경우 가계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투자상품의 비중이 70~80%나 되고 현금, 예금 등의 원금이 보장되는 저축상품은 20~30%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미국의 가계금융자산도 1980년대 초반까지는 고금리 시대가 계속되었기 때문에 은행예금이나 채권과 같은 고정금리상품의 비중이 높았었다.

예를 들어 1975년의 미국 가계금융자산 통계를 보면 현금·예금에 들어가 있는 비율이 55%로 현재 우리나라의 비중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것이 1980년대 중반 이후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3~4%대로 낮아지는 등 저금리 시대가 정착되면서 국내주식투자, 해외투자로 자금이 이전됐던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현재의 우리나라 금융시장도 1980년대 중반의 미국처럼 가계금융자산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것인지, 낮은 금리를 감수하면서라도 일본처럼 계속 은행예금에 머물러 있을 것인지 갈림길에 있지 않나 생각된다.

상장기업, 코스닥기업의 경영이 투명경영, 주주중시경영으로 바뀌고 증권·투신·은행들이 제 역할을 하는 한편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된 투자교육만 이루어진다면 앞으로 가계금융자산은 투자상품 그중에서도 주식이나 주식형펀드에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증권사들은 만만치 않은 규모의 가계금융자산을 투자상품 쪽으로 유치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가? 국내은행 또는 외국계 금융기관에 증권리테일 비즈니스의 주도권을 뺏길 가능성은 없는가, 깊이 반성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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