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금리에 대한 단상

[기고] 금리에 대한 단상

원승연 교보투신 CIO/경제학박사
2004.09.08 10:39

[기고] 금리에 대한 단상

최근 채권시장에서는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일어나고 있다. 국고채 3년 금리가, 비록 지표상이기는 하지만 경제성장률이 5.5%, 물가상승률이 3.6%인 상황에서, 3.6%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일시적이지만 10년 만기 금리가 미국 금리보다 낮았던 역전현상까지 일어났었다.

한 때 금리를 전망하는 아주 간단한 공식으로 경제성장률과 (예상)물가상승률을 단순히 합하는 방식이 그럴듯하게 통용되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이러한 단순한 공식을 금과옥조처럼 말하는 시장참여자는 더 이상 존재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뇌리에는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금리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관점은 지워지기 어렵다. 최근 금리상승을 전망하는 사람들이 그 전거로서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제시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물론 금리를 결정하는 요인 중에서 이 두 요인이 가장 중요한 것의 하나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문제는 시간(Time)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 경제학자인 폴 사뮤엘슨(P. Samuelson)은 오래된 한 논문에서 장기 성장론의 관점에서 금리가 명목성장률(=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에 비례한다는 시사점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때의 기간은 적어도 수십년이 소요되는 것이었다.

단기적으로 이 두 요소의 금리에 대한 영향은 차별적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다. 가령 케인즈이론에도 본다면, 명목성장률은 거래적 동기로 인하여 금리에 영향을 준다. 그러나 소득이 증가하더라도 화폐수요자들이 거래적 동기에 의한 화폐수요를 늘리지 않는다면 금리가 상승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오늘의 우리 현실이 아닐까? 과도한 소비심리의 위축에서 비롯되었든 아니면 그동안의 과도한 차입 및 소비에 의한 후유증 이든간에 소비지출을 위한 화폐수요는 증가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기업 역시 마찬가지이다. 세상의 많은 돈들이 금융시장에서만 이동하며 쌓아져 있는 과잉유동성의 공급과 화폐수요의 위축이 바로 지금 채권시장의 금리 추세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경제학도로서 금리와 명목성장률 간의 등식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론에서의 등식은 기호 하나를 긋는 것으로만 성립될 수 있지만 현실은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즉 비록 균형을 지향하고 있더라도, 현실의 대부분의 경우는 불균형이 오히려 정상적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시장참여자로서의 지향점은 균형으로 도달한다는 사실을 굳이 확인하려 하기 보다는 왜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균형으로 가게 되는 지를 보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결국 지금은 우리가 이러한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언제 어느 과정을 거쳐 현실화되어 금리를 변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인가를 눈을 부릅뜨고 보아야 할 시점이다. 왜냐하면, 어느 여배우의 대사처럼 '세상은, (그리고 시장은) 그리 만만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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