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신바젤협약 대응 서둘러야
최근 은행들이 신바젤협약을 준비하기 위한 행보를 서두르고 있다. 신바젤협약은 국제결제은행의 바젤감독위원회가 협의한 금융기관의자기자본 규제에 대한 협약으로, 세계 금융감독당국의 기본지침이 된다.
신바젤의 기본적 의의는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위험에 민감하게 규제자본을 부과하는 것이다. 현행 바젤협약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위험과 무관한 일률적 규제자본 부여방식은 은행에 규제자본 회피거래(regulatory arbitrage) 동기를 제공해 고위험고수익 자산의 보유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은 자산의 위험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 하는 점이다. 신바젤협약은 은행의 재량을 획기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즉 위험관리 능력이 우수하다고 인정되는 은행은 자체의 내부 등급방식을 사용하고, 그렇지 못한 은행은 외부의 공신력있는 신용평가사의신용등급을 사용해 표준방식으로 대출자산에 대한 규제자본을 산출하게 된다.
신바젤협약은 위험관리시스템의 확립과 위험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뒤따라 금융시스템의 안전성을 제고시킬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세부적으로는 논란의 여지도 있다.
먼저 은행의 안전자산 선호가 거시적으로 경기순환의 폭을 증대시킬 가능성이다. 호경기에는 대출자산의 신용도가 높아 대출이 확대되는 반면, 불황기에는 규제자본량이 높아져 대출이 급감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경제의 호불황 폭을 확대시킬 수 있어 현재 바젤위원회에서도 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은행이 내부등급 방식을 사용할 경우, 시점평가를 적용하면 경기를 감안한 평가보다 변동성을증폭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용평가사의 방식인 경기를 감안한 평가방법론을 준용할 필요가 있다.
자원배분에 있어서도 편차가 심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은행의 위험기피 추구는 위험이 낮은 대기업과 담보대출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영방식으로는 높아진 규제자본량을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해, 수익성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차주에 대한 정밀한 신용분석을 기반으로 한 대출정책으로 이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크레딧뷰로를 통한 개인신용정보의 세밀한 분석은 부실발생 가능성을 낮추고 위험에 기반한 적정한 이자율 책정에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금융기관간 격차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현행 협약하에서는 OECD 가입국 은행은 낮은 일률적인 위험가중치를 적용받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신용등급에 기반한 위험가중치로 기준이 달라질 때 우리나라를 비롯한 개도국 은행들은 타격을 받게 된다. 이는 차입금리에 반영돼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자금조달비용 인상에 영향을 미친다. 계량적 연구결과에 따르면 선진국 금융기관들은 현행보다 낮은 규제자본 부담을 받지만, 개도국 금융기관들은 높은 규제자본 부담에 직면하게 된다. 이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돼 우량은행과 비우량은행간 격차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국제 금융시장의 흐름에 부합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