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모펀드 규제 완화해야
우리 경제규모가 세계12위 수준에 달했는데도 아직 이렇다 할 국내 금융자본이 형성되지 못한 것은 과거 정부가 은행을 독자적인 영리회사가 아니라 실물산업을 지원하는 국가기관으로 인식한 데 크게 기인한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금융산업을 보는 정부의 인식이 크게 바뀌고, 이제 금융은 제조업이나 정보통신업 못지않은 첨단 성장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거대해진 재벌계열의 산업자본이 금융을 바라보는 시각도 크게 달라졌다. 산업자본의 은행소유허용 논의가 갈수록 뜨거워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산업자본의 은행소유는 국가경제 운영에 지나치게 큰 리스크를 지우게 된다. 장기적으로 국가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경제력집중도를 적정 수준에서 조절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난번 LG카드 사태에서도 우리는 이미 산업자본의 금융지배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소중한 교훈을 얻은 바 있다.
그러나 현실에 있어 재벌계열의 산업자본을 제외할 경우 우리의 은행산업이 외국자본에 의해 지배될 수밖에 없는데 우리 정도의 경제력과 가용자금을 가지고 금융주권을 외국자본에게 내준다는 것은 실로 어리석은 짓이다. 외국자본의 국내 금융산업에 대한 일정부분의 참여는 국내 금융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반길 일이나 외국자본이 주도권까지 쥐게 해서는 안될 말이다. 경제위기 이후 외국자본에 금융주권을 넘긴 멕시코의 뼈아픈 경험을 우리가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결국 해법은 그동안 논의된 국내 금융자본의 육성방안을 지금보다 훨씬 강력하게 추진하고, 정부가 보유한 은행주식의 매각시기를 국내 금융자본의 성장에 맞도록 조절하는 것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먼저 국내 산업자본의 금융자본화를 유도하기 위해 대기업집단의 계열분리가 보다 용이하도록 제반여건을 조성하고, 이를 희망하는 산업자본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은행법상 금융전업가의 개념이 94년부터 도입됐으나 정부의 소극적인 자세 때문에 제대로 된 금융전업가가 아직 나오지 못한 상태다.
그리고 최근 확대, 도입된 사모펀드제도를 보다 완화할 필요가 있다.
첫째, 개정된 법률에서는 산업자본이 사모펀드 출자총액의 10%를 초과할 경우 동 사모펀드를 산업자본으로 규정함으로써 사모펀드의 도입효과를 반감시키는데 이를 20%로 상향 조정함으로써 비금융주력자 적용에 따른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개정법률에서는 산업자본에 해당하는 사모펀드의 경우 4%가 초과해 은행지분을 취득하는 것이 금지됐지만 사모펀드의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를 일반적인 동일인 주식보유한도인 10%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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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개정법률에 따르면 산업자본이 익명성을 유지하면서 사모펀드를 통해 취득할 수 있는 은행지분은 0.4%에 불과해 사모펀드제도의 도입취지를 살리기가 어렵고, 본고의 제안에 따르더라도 산업자본이 익명으로 소유할 수 있는 은행지분은 2%를 넘지 않으므로 이들 비율을 완화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연기금에 대해 직접 사모펀드의 참여를 허용하거나 관련법의 개정을 통해 은행주식의 직접소유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 선진외국의 경우 연기금 등이 은행주식 소유를 통해 기관투자가의 역할을 수행해 나가되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통해 은행산업의 발전과 연기금의 안정적인 자금운용을 함께 도모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