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그럼 노태우정부는 원조 좌파?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다 돼가도록 TV 경제토론 프로의 레퍼토리는 정해져있다. 토론 내내 좌파니 아니니 하는 색깔논쟁이 줄거리를 이룬다. 혹시나하고 보면 역시나 그 판으로 흐른다.
천정배 열린우리당 대표 등 정치인들이 미국까지 찾아가 투자설명회(IR)를 하면서 또 그 얘기를 했다. 천 대표는 "열린우리당 정책을 좌파적이라고 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했다. 산업공동화가 우려되는 마당에 한국 경제에 희망을 걸고 찾아오는 외국인 직접투자가 많을수록 좋은 일이지만, 그 곳까지 가서 또 그 얘기냐고 묻고 싶다. 차라리 구체적인 기업유치 방안 하나라도 제시하는게 낫지 않았을까.
지난 2년 가까이 명망있는 경제학자들이 참여정부를 좌파정부라고 하기에 각종 토론회나 정책들을 유심히 살펴봤다. 그러나 보면 볼수록 경제학자들의 명망에 의구심만 갖게 될 정도로 논거가 궁색했다.
예컨데 참여정부가 `못사는 사람들`과 노동조합편이어서 대기업을 규제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출자총액제한제도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1987년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처음 도입한 전두환 정권이나 1995년 이를 강화한 김영삼 정부는 원조 좌파 쯤 된단 말인가.
참여정부가 부동산투기억제책 등 부자들에게 불리한 정책을 펴는 것은 `못사는 사람들'을 겨냥한 인기영합(포퓰리즘)정책이라는 논리도 마찬가지다. 1989년 정기국회에서 '택지소유에 대한 법률', '토지초과이득세법',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등 이른바 토지공개념제도를 도입한 노태우 정부 당시 민정당이 좌파정당이었는가.
더욱이 노태우 정부는 주택 200만호 건설과 함께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서라도 주가를 띄우겠다고 공언했던 12.12 증시부양책, 나중에 환란의 주범이 됐던 생손보사 및 종금사 등 금융기관 무더기 인허가 등 포퓰리즘 정책들을 남발했다.
경제정책을 색깔의 잣대로 재단하다보면 코미디가 되고 만다. 노무현 정부가 극심한 부동산투기를 방치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부동산투기 망국론이 제기됐을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어느 나라 어느 당보다 왼쪽이고 어느 당보다는 오른 쪽이라고 분류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오히려 노무현 정부가 색깔론에 발목이 잡혀 적극적인 경제정책을 펴지 못하는게 문제다. 성장위주정책이 참여정부만의 경제정책이라 할 수 없지 않은가. 국내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생존할 경쟁력을 갖추도록 돕는 것이야 말로 과거에나 앞으로나 어느 정부든지 해야할 지상과제다.
다만 성장정책이 교육, 주택정책 등 참여정부 만의 색깔을 낼 수 있는 다른 정책과 동시에 추진되지 말란 법도 없다. 부동산투기를 봉쇄해 불로소득을 없애는 것은 성장정책과 일맥상통한다. 매년 30만명 가량을 해외로 빠져나가게 만드는 교육문제만 해결해줘도 참여정부를 지지할 것이라는 사람들도 많다. 색깔론 뒤에 색깔없이 안주하는 것이 아닌지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