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소 SI업체의 '지겨운 가난'

[기자수첩] 중소 SI업체의 '지겨운 가난'

김현지 기자
2004.10.07 09:27

[기자수첩] 중소 SI업체의 '지겨운 가난'

국내 소프트웨어(SW) 업계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지 수년이 지났다.

올해도 국내 165개 시스템통합(SI)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전체 매출액은 25.1%나 감소하는데도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 수는 오히려 3.8%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매출액 100억원이 넘는 기업의 비중이 26.1%임을 감안하면, 나머지 73.9%의 매출액을 100억원 미만의 업체가 아웅다웅 나눠 갖게 된다는 얘기다.

빈약한 국내 SW 산업이 자생할 수 있는 기반을 닦기가 어려운 줄은 안다. 하지만 극심한 양극화를 극복해보자고 짜낸 묘수(?)마저 갖가지 편법 때문에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고 하니 문제다.

정부는 지난 3월2일부터 개정된 소프트웨어 산업진흥법을 시행했다. 개정안은 프로젝트 발주 금액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이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매출 2000억∼8000억원인 기업은 7억원 미만인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 등이다. 이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완화하고 중소 SW 사업자들의 공공 SI 사업 참여률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대형 및 중견사업자가 법망을 피해 중소사업자의 영역을 침범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대개 중소기업을 앞세워 물량을 수주받고, 실제 수행은 자기가 챙기는 식이다. 또 발주처에서 프로젝트의 예가를 책정할 때 대기업 참여에 유리하도록 예가를 부풀리는 경우도 많다는 의혹이 있다. 발주처에서 입찰제안요청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업체의 입김이 세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중소 SI업계는 자신들의 ‘경쟁력없음’을 순순히 인정하면서도 신뢰성을 회복할 기회와 시간이 현실적으로 주어지지 않음에 좌절하고 있다.

편법을 쓰는 기업도 문제지만, 그런 편법에 눈감아 주는 발주처가 더 문제다. 그런 발주처 가운데 법 이행의 선두에 서야 할 공공기관도 끼어 있다고 하니 ‘소프트웨어 산업 살리자’는 구호가 허망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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