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李부총리의 '밥그릇 싸움론' 유감

[기자수첩]李부총리의 '밥그릇 싸움론' 유감

김성희 기자
2004.10.12 18:54

[기자수첩]李부총리의 '밥그릇 싸움론' 유감

보험업계는 며칠전부터 12일 열리는 재정경제부 국정감사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방카슈랑스 확대연기에 목숨을 건 보험사 입장에서는 이헌재 부총리가 방카슈랑스와 관련, 어떤 답변을 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예상대로 이날 여야 의원들은 방카슈랑스 폐해에 대해 집중 추궁하면서 2단계 확대도입에 대한 재검토를 촉구했다. 한나라당 이혜훈의원은 "방카슈랑스가 은행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꺾기'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비판했고,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은 일본의예를 들면서 2단계 시행을 연기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대해 이헌재 부총리는 2단계 시행시기를 늦추기 힘들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부총리의 입장이 아니라 발언이다. 이 부총리는 방카슈랑스 확대 논란에 대해 '은행과 보험사의 밥그릇 싸움'이라고 규정했다. 한편에서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은행은 더 많은 수수료 수입을 올리기 위해, 보험사는 시장을 뺏기지 않기 위해 싸우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자산 규모로 따지면 총 130조원에 불과한 보험업계와 그보다 10배 가량 큰 은행간에 싸움이 제대로 되겠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1단계 방카슈랑스 시행으로 허용된 저축·연금보험의 경우 신계약의 70%이상을 은행이 장악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설마가 사람잡는 꼴'이 됐다.

 

복싱처럼 모든 격투기 종목에는 체급이 있다. 비슷한 몸무게를 가진 선수들끼리 겨뤄야 하는 건 스포츠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이부총리는 이같은 밥그릇 싸움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 말도 맞는 말이다. 헤비급인 은행과 라이트급에 불과한 보험사가 은행의밥그릇은 놔두고 보험사의 밥그릇만 놓고 싸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면 정부당국은 서둘러 바람직하지 못한 밥그릇 싸움을 말리고, 공정경쟁을 하도록 유도해야 하지 않을까. 보험업계는 숨이 넘어 가는데 부총리의 말씀은 너무 태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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