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선근칼럼] 청와대의 금기 '부양'

[홍선근칼럼] 청와대의 금기 '부양'

홍선근 편집국장
2004.10.13 12:01

[홍선근칼럼] 청와대의 금기 '부양'

국회의원들이 불쌍하다. 별나고 맛난 음식, 고급 양주, 90도 각도로 허리를 굽히는 기관장들, 고함소리 하나에 기죽는 잘난 사람들, 폭탄주 회식은 기본이었는데. 나랏일한다고 폼나게 접대도 받고 또 기자 등에게 폼나게 접대를 했었지. 가을철의 국정감사는 그 클라이맥스로 위세가 대단했다. 돈도 좀 챙긴다는 소리를 들었고.

17대 국회의원들에게 이런 화려한 그림은 빛바랜 과거지사. 돈이 좀 있는 일부 의원은 여전히 예외로 남아 있지만 대체로 기름기는 사라졌고 흥청거림은 추억으로 초선의원들에게 마치 전설처럼 전해진다. 첫 국정감사는 감사의 세부적인 내용을 떠나 그 진행방식이나 의원들의 행태로 봐서 벌써 성공작이라고 나는 진단한다.

어느 국감장에서 국회의원 중 일부가 은근히 비싸고 화려한 2차 회식을 요구했다가 "이런 사실이 알려져 쏟아질 비판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느냐"는 다른 의원의 지적에 다들 하릴없이 물러섰다는 그 안타까운 풍경. 회식의 짜릿한 욕구를 어떻게 달랬을지.

정치권의 핵심인 국회의 거품이 이 정도라도 빠지고 나면 이들이 자연스럽게 크고 작은 정치-사회적 변화를 몰고 오게 된다. 부패와 건전을 따지는 수준에서 벌어지는 최근의 변화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이미 사회의 이곳저곳에서 지나친 거품들은 수그러들고 있다. 지난해 법인카드로 룸살롱에서 사용한 접대비가 1조원을 넘어섰다. 이 룸살롱 접대비도 지난해를 최고 기록으로 남긴 채 한창 내리막길을 걷고 있을 게 분명하다. 올 초부터 국세청이 접대비실명제를 시행해 50만원 이상의 접대비 사용을 까다롭게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짚자면 소비행태나 기업활동, 정치활동 등에서 한껏 부풀어 있는 거품을 제거하는 작업엔 누구도 이견을 달기 힘들다.

그러나 부의 창출이라는 영역으로 넘어가면 상황이 영 달라진다. 의견이 분분하게 갈라서 있고 갈등마저도 있다. 경제활동을 통해 부가가치를 자꾸 키워나가야 구성원들이 잘 먹고 불편없이 사는데, 지금의 정부가 이걸 바라고나 있는지 아닌지 여지껏 분명하지가 않다. 왜 이런 애매함이 존재하며 그걸 지도자로서의 대통령이 왜 그냥 방치하는지 이해하기가 힘들다.

정부의 어정쩡함을 말해주는 상징적인 용어가 `부양'이다. 경제의 적지 않은 부문이 어려운데도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 참모들은 "경기부양은 결코 안한다"고 반복에 반복을 거듭한다. 그러면서도 부양책으로 쓸 수단은 다 쓰고 있다. 한은의 금리인하나 재경부의 각종 감세정책이 부양책이 아니면 도대체 무엇인가.

`부양'이라는 말을 기피하거나 거기에 콤플렉스를 느낄 이유는 없다. 경제가 어렵지도 않은데 괜한 부양책으로 거품을 키우는 잘못된 부양책이 문제지, 어려운 부문에 온기를 지피고 잦아드는 기업활동에 활력을 보태려는 부양책이 무슨 문제인가.

부양이 절실한 상황에서 부양책을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나 그 말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문제다. 그들이 참모로 자리잡고 있는 한 경제는 까닭모를 회의론에 짓눌려 비실비실 활력을 잃어갈 것이다. 정부 안에서도 경제를 살려보려고 온갖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들은 괜한 고생을 하고 있는 셈이다. 경제를 살리는 최대의 실질적인 카드는 청와대 참모진의 교체인데도 엉뚱한 원인과 처방을 찾고 있는 꼴이기 때문이다.

부의 창출이 이른바 성장이다. 그럼에도 요즘 분위기는 성장을 얘기하면 시대의 흐름을 모르는 편협한 사람, 기업 편을 일방적으로 드는 구시대 사고에 젖어있는 사람이 된다. 이런 분위기는 청와대가 만든 것이다. 청와대의 경제참모, 주변인 등이 이런 분위기의 메이커다. 그 덤터기를 대통령이 다 뒤집어쓰고 있다. 일부에선 대통령의 경제관 자체가 그렇다는데 기업을 옹호하는 대통령의 해외에서의 발언을 보면 대통령 자신이 그런 모순에 빠져있는 것인지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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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근 이사

안녕하세요. 편집국 홍선근 이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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