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문난 잔치' 공정위국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이 문장을 속담사전에서 들춰보면 '세상의 평판과 실제는 일치하지 않다는 말'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해마다 가을이면 여기에 꼭 들어맞는 '국정감사'라는 이벤트가 전개된다. 십여명의 높은 분들이 그 못지 않게 높은 분들을 모시고 윽박지른다. 화려한 공격용 수사와 언변, 두루뭉수리한 '위기모면용' 답변 등 다양한 기법이 동원된다.
18일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두고 설전이 벌어진 정무위의 공정거래위원회 국감도 오후 6시까지는 이런 상황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오후 5시 전후인 신문들의 마감시간을 넘기면서 의원·보좌진·공정위 공무원 모두의 긴장도는 더욱 떨어졌다. 하지만 오후 6시쯤, 김영춘 열린우리당 의원이 차분한 어투로 강철규 위원장에게 중소기업 대상 하도급 문제점에 대한 질의를 시작하면서 색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 36페이지의 자료에 설문지가 첨부된 김 의원의 자료집은 스테이플로 찍어낸 다른 의원들의 것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김 의원은 두가지 문제점을 제시했다. 불법하도급 거래로 부과되는 벌점제도가 실효성이 없다는 것과 하도급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해 불가피하게 연체할 경우 어음보다 불리하다는 것이 골자였다. 강 위원장으로부터도 '좋은 지적이니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이끌어냈다.
이날 오전에는 계좌추적권과 관련된 공정위의 문서양식을 두고 여야와 공정위간 설전이 이어졌고 오후에는 예상했던 대로 재벌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출총제를 두고 소모전이 벌어졌다.
김 의원은 핫이슈인 삼성전자 M&A, 출자총액제한제도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지만 그의 은은한 울림은 입법작업을 통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감은 분명 소문난 잔치지만 차려진 음식은 갈수록 별볼일 없어진다. 국감이 '요리사에 따라' 먹을 것 있는 소문난 잔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정치권과 정부도 알아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