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미스터 트릴리온(Mr. Trillion)
최근 '미스터 트릴리온(Trillion)'이 잇따라 탄생하고 있다. '미스터 트릴리온'은 맨손으로 시작해 사업규모가 수조(兆)원대에 달하는 기업을 일구어낸 사람들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10여년만에 10억원 모으기도 힘든 판에 그들은 그보다 1000배의 자산을 모아가고 있다.
그 주인공은 연매출 3조원의 팬택계열을 이끌고 있는 박병엽 팬택부회장, 연매출 1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는 쎄븐마운틴그룹의 임병석 회장, 올해 매출 2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는 STX그룹의 강덕수 회장, 보유주식 평가액이 5500억원에 달하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 등이다.
박병엽 부회장은 14년전인 1991년 맥슨전자란 중소기업의 말단사원이었다. 법인 최소자본금인 5000만원도 없어서 빌려야했던 적수공권(赤手空拳)이었다. 임병석 회장도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해양대에 진학해야 했고 5년 항해사 생활 끝에 자그마한 오피스텔을 마련, 해운사업을 시작한 게 10여년 전의 일이다. 강덕수 회장도 (주)STX의 전신인 쌍용중공업의 핵심 참모였지만 샐러리맨에 불과했고 김택진 사장도 컴퓨터에 빠져있던 공학도였다.
새로운 자산가들은 우리 눈에 혜성처럼 나타나지만 기막힌 우여곡절의 성공 스토리를 갖고 있다.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는 그 자체가 한편의 드라마와 같다. 조단위 갑부로 부상한 그들이 불과 10여년전에 샐러리맨이었다는 점 때문에 더욱 흥미를 끈다.
그들은 공교롭게도 소위 `일류대학' 출신이 아니다. 일류대학 출신들이 정치.경제계를 주도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학맥과 인맥을 사업에 활용하는데 상대적으로 불리했을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성공은 자신의 노력만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스라소니 같은 사업가들이 빛을 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택진 사장은 일류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수재이지만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아래아 한글 공동개발자인 그는 1년정도 대기업에 근무하기도 했지만 한메소프트 등을 창업한 골방의 중소기업인이었다. 자갈밭을 뛰어온 그들이 공통적인 기질, 즉 위험을 마다하지 않는 용기, 시간을 잊는 열정, 편법을 싫어하는 직선적인 성격 등을 갖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돌이켜 보면 그들은 시대를 잘 맞났다고 할 수 있다. 외환위기 전이라면 그들의 성공이 가능했을까 싶다. 초고속 인터넷망 보급률이 세계최고수준에 이른 한국의 인터넷환경이 아니었다면 김택진의 인터넷게임 왕국이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강덕수, 임병석 회장과 박병엽 부회장은 부실기업을 인수해 정상화시키는데 성공했다. 외환위기 이전이라면 그들에게 부실기업을 살려낼 기회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부실기업과 금융특혜를 세트상품으로 묶어 팔던 때에 그들에게 돌아갈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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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란 직전인 95년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세계 24위라고 등급을 매겼던 스위스의 세계경제포럼(WEF)은 올해엔 29위라고 평가했다. 그들에게 ‘미스터 트릴리온’들의 성공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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