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뒤집힌' 세상..'거꾸로' 경제

[광화문] '뒤집힌' 세상..'거꾸로' 경제

김영권 정보통신부장 겸 특집기획부장
2004.10.27 17:46

[광화문] '뒤집힌' 세상..'거꾸로' 경제

세상이 뒤집히니 모든 게 거꾸로다. 막판 뒤집기로 집권한 참여정부와 판깨기에 성공한 여당이 나라를 맡아서 그런가. 데모는 노인이 하고 젊은이들이 말리는 격이다.

얼마전 시청앞 보수우익 시위에는 무려 10만여명이 운집했다. 가슴에 훈장을 줄줄이 매단 퇴역군인들이 거리를 활보하는게 마치 5.16 직후같다. 금과옥조 같은 보안법은 여당이 없애자 하고 야당은 사생결단 막아서고 있다. 미국이 북한 인권법을 만들자 한국 정부는 강압 대신 달래기로 하자며 불편한 심기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수도 이전 작업은 결국 헌재에 가서 뒤집혔다. 불과 10년전, 아니 5년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하긴 그리운 금강산을 당일치기 버스를 타고 가고, 개성공단에 남한 트럭들이 오가고 있으니 세상이 정말 많이 변했다.

그래서 그런가. 경제도 온통 거꾸로이고 뒤죽박죽이다. 경기는 IMF 사태 때가 무색할 정도로 극심한 불황인데 은행들은 사상 최대 호황이다. 역시 햇볕날 때 우산 팔고 비올 때 거둬간다는 말이 맞는가 보다. 기업대출 끊고,가계대출 늘리는 식으로 장사방법은 뒤집었지만 실력과 수법은 마냥 그 모양이다. 한때 은행 몸집을 공룡처럼 키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정부도 요즘은 `이게 아닌데'하는 빛이 역력하다.

뒤집힌게 이뿐이랴. 언제는 과잉투자가 문제이더니 이제는 과소투자가 문제다. 금리는 너무 높아 문제였는데 어느 새 미국보다도 낮아졌다. 틈만 나면 베팅할 곳을 찾아 화끈하게 지르던 재벌들이 `꿈의 금리' 시대가 열렸는데도 돈을 쌓아 놓은 채 손발을 놀리고 있다.

살인적인 금리만 잡아주면 세계 무대에서 겁날 게 없을 것이라던 기개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 덕분에 평균 500%에 이르던 재벌 부채비율은 선진 기업을 능가하는 두자릿수로 뚝 떨어졌다. 간혹 용기를 내서 투자하겠다는 기업이 나타나면 증시에서 `리스크가 높아졌다'며 목표 주가를 낮추고 발목을 낚아챈다.

반대로 영업정지를 당한 회사에 대해서는 `영업비 지출 부담이 줄어든다'고 좋아라 하면서 주가를 띄운다. 한마디로 투자는 싫고 배당은 좋다는 얘기인데 그런 달콤한 배당이 언제까지 가능할지 의문이다.

이밖에도 많다. 달러가 바닥나 온 국민이 금모으기 운동에 나선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외환보유액이 넘쳐난다. 금고에 쌓인 달러가 세계 3위인데도 도대체 어디까지 더 모으려는지 가늠할 수가 없다. 외환위기 전에는 남의 나라에서 빌린 외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겁났는데 요즘은 우리의 아들딸인 후손들에게 빌린 내채(국가채무)가 겁나게 쌓였다. 원화 환율은 억지 강세를 만들려고 안간 힘을 쓰더니 최근엔 억지 약세를 만들려고 별의 별 수를 다 동원하고 있다.

이렇게 세상이 뒤집히니 도무지 중심을 잡을 수 없다. 롤러코스트를 타고 온탕냉탕을 오가는 식이니 정신이 없다. 그러나 중심을 잡지 않으면,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아무 것도 제대로 할 수 없다. 뒤집고 뒤엎는게 능사는 아니다. 너무 뒤집어 다시 중심에서 멀어진 심각한 편중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개혁도,경제살리기도,국민소득 2만불 시대도 한낱 허풍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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