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선근칼럼] 욕심쟁이 정부 '이상한 셈법'

[홍선근칼럼] 욕심쟁이 정부 '이상한 셈법'

홍선근 편집국장
2004.11.03 09:36

[홍선근칼럼] 욕심쟁이 정부 '이상한 셈법'

한국경제의 고질병인 투기를 잡기 위한 모든 수단은 선이고 정당하다. 정부가 어떤 투기대책을 내놓든 이에 반대하는 것은 투기세력을 비호하는 행위라는 오해를 받는다.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나는 일(부동산 투기)은 정부가 저질러 놓고 엉뚱한 사람들이 죄를 뒤집어 쓰는 기묘한 역할 바꿔치기에 감탄한다.

아울러 토지거래가 허가를 받아야 가능하고 주택거래도 신고해야 가능한 제도가 정말 자본주의인지 의심스럽다. 이런 문제 제기조차 "땅의 고유한 특성 때문에 부동산규제는 시장경제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논리 정도면 무력화되고 만다.

투기라는 증세가 있을 때마다 임기응변식으로 정책을 꾸리다 보니까 정부의 부동산제도에서 일관성이나 전체적인 합리성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온통 누더기 신세다. 그런데도 별다른 이의 제기가 없고 정부는 편하다. 한가지 예를 들면 올초 건물분 재산세를 부과하면서 세부담을 늘린다는 취지에 따라 국세청의 기준시가를 잣대로 썼다. 그렇지만 기준시가에는 건물과 토지가 모두 포함돼 있다. 정부가 세금을 매기면서 이런 불일치를 바로잡지 못하는 건 창피한 일이다.

지금 한창 막판에 놓여있는 종합부동산세 도입도 그런 운명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경제형편과 단기상황에 따라 제도를 주무르려고 하는 게 아닌가 염려된다. 종합부동산세의 과세대상과 세율을 일단 당초 취지에 맞춰 책정했으면 그대로 갈 일이다. 정부안을 만들어 여의도 국회로 가더니 또 `현실참작'의 바람을 타고 있다. 당정협의 과정에서 열린우리당이 경기가 좋지 않으므로 과세대상자를 축소하자느니 세율도 낮추자느니 하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현실론도 근거는 있지만 이번엔 아니다. 종합부동산세는 경기대책용 제도가 아닌 것이다. 이 세금은 부동산의 가격안정을 탄탄히 하기 위한 골조에 해당한다. 특히 보유세는 높이고 거래세는 낮춘다는 기본원칙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해야 한다는 점에서 보유세의 핵심인 종합부동산세를 적당히 낮춰 지나가는 건 잘못이다.

장기적으로 한국경제의 건전성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과세대상 기준은 18억원 이상과 25억원 이상 중에서 18억원 이상으로 하는 게 옳다고 본다. 일단 18억원 이상을 기준선으로 잡아놓더라도 세금 도입 이후 부동산가격의 하락으로 인해 대상자가 일부 줄어드는 현상을 빚을 게 분명하다. 어차피 이 제도의 도입으로 부동산가격이 낮아지게 돼 있다. 그 하락폭을 유의미할 정도로 얻어내려면 기준선을 낮은 쪽으로 택해야 한다. 부동산의 과다보유 억제라는 근본적인 맥락에서도 18억원은 문제있는 수치라고 보기 힘들다.

한걸음 더 나아가 부동산 보유자의 시각에서도 세금을 낼 만큼 내고 대신 땅부자나 투기꾼이라는 질시와 딱지는 제거하는 편이 차라리 낫다. 이번에 땅부자들도 적절한 세금을 내고 당당함을 찾는 계기가 된다면 사회적으로도 귀중한 수확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보면 통상 국회나 정부가 땅부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듯이 부동산세금의 도입을 흐지부지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사실 그건 땅부자들을 위하는 길이 아니다. 거꾸로 지금의 정부가 땅부자들을 혼내주겠다며 세금을 높이려고 열성인데 이 역시 결과는 반대여서 높은 세금이 땅부자들에게 정당성과 떳떳함을 부여할 수도 있다.

늘상 정부는 세금 올리는 것은 서둘러 하면서 내리는 쪽엔 매우 인색하다. 이번에도 보유세를 올리고 거래세는 낮춘다고 하면서도 등록 취득세의 인하폭이 너무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욕심쟁이 정부다. 이유는 세수에 구멍이 나기 때문이라는데 그 명분은 이해한다.

그러나 그 계산법도 세금 증가분은 매우 보수적으로 해놓고 감소분은 크게 확대하는 이상한 셈법에 바탕한다. 이번엔 등록 취득세를 내리는 시늉만 하지 말고 제대로 내려야 마땅하다. 부동산거래세의 하나인 양도세문제를 이번에 전혀 건드리지 않는 것도 정부가 전체적 합리성을 추구하기보다 편의성에 안주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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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근 이사

안녕하세요. 편집국 홍선근 이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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