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손에 안잡히는 '손안의 TV'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쉽게 말해 휴대폰으로 즐기는 방송이다. 그 작은 화면으로 보는 TV가 재미있을까. 요즘 나오는 첨단 휴대폰들을 보면 그런 의구심이 싹 가신다. 전용 위성은 일찌감치 지난 3월에 쏘아 올렸으니까 기술적인 면에서는 준비가 거의 끝난 셈이다. 휴대폰이 한국 경제를 살찌우고, 통신 풍속도를 완전히 뒤바꿨듯이 위성 DMB도 대단히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그런데 이 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손안의 TV'라지만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위성 DMB 사업의 근거법인 방송법 개정안은 16대 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 3월2일 국회의장 직권 상정 방식으로 가까스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가 다투면서 개정안을 만드는데 1년을 보내고, 그 개정안을 통과시키는데 또 반년 이상을 허비한 것이다. 국회 통과가 지연된 이유는 엉뚱하게도 KBS 시청료 분리 징수를 둘러싼 여야간 공방 때문이었다.
그나마 이때부터라도 잘했으면 당초 예정대로 7월에는 세계 최초의 방송이 시작됐을 것이다. 하지만 방송법 시행령 작업이 또 차일피일 미뤄지다가 9월에나 마무리돼 결국 방송 개시일은 빨라야 내년초로 넘어갔다. 이 틈에 우리와 같이 준비에 들어갔던 일본이 선두를 차지했다. 숙적 일본에게 고배를 마셨는데도 별로 안타까워 하는 기색은 없다.
위성 DMB의 발목을 단단히 움켜 잡고 있는 곳은 방송위원회다. 방송위는 지난달 위성 DMB의 지상파 재송신을 불허했다. 위성DMB로는 KBS, MBC, SBS의 프로그램을 내보내지 말라는 뜻이다. 방송위는 위성 대신 송신-중계탑을 이용하는 지상파 DMB의 방송사업자를 내년 2,3월쯤 선정할 예정인데 이 때 가서 종합적으로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시간끌기의 전형이다. 공공재인 지상파를 위성DMB로는 보지 말라고 하면 이를 반길 시청자가 몇이나 될지 궁금하다.
지난 2001년에 출범한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도 이런 문제로 10년 이상 고생했다. 위성방송 설립을 위한 방송법 통과에 6년, 사업자 허가에 2년을 흘려 보냈고, 다시 지상파 재전송 문제로 3년을 방송위와 싸웠다.
통신과 방송의 만남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기술과 시장은 이미 `통-방 융합'의 길을 빠르게 내딛고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이들이 만나 멋진 커플이 되도록 길을 터주고 힘을 보태주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발목은 잡지 말아야 한다. 위성 DMB라는 통방융합 서비스를 통신 쪽이 빠진 방송위에서 혼자서 쥐락펴락 하는 것 자체가 사실 넌센스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통신-방송 통합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의가 지난 1999년부터 진행돼 왔으나 아직까지 제자리다. 통신-방송위 통합은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부가 이 공약을 실천할 의지가 정말 있는지 모르겠다. 정부는 최근 한국형 뉴딜정책의 핵심 프로그램중 하나로 위성DMB 사업의 조기 시행을 꼽았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정부 부처내에서 위성 DMB의 길목을 가로 막고 있는 `유비쿼터스의 적'부터 제거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