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선근칼럼] 경제 불안감의 실체②
비판이 능사는 아니다. 내가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로 능사가 아니다. 비록 근거가 있더라도 조심스러운 일이며 함부로 할 일이 아니다. 하물며 제대로 된 근거도 없이 나선다면 비방 차원으로 떨어질 일이니 자존을 위해서도 마땅히 경계할 일이다.
그럼에도 적어도 경제정책에 관한 한, 아니 더 좁혀서 기업정책에 관한 한, 정부에 대한 비판의 글을 그만둬서는 안된다고 판단한다.
이유는 기업들이 느끼는 경제불안감의 맨 중앙에 여전히 정부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업들을 홀대하고 있다. 구체적인 정책이나 조치를 통해서도 그렇고, 특히 심각한 일은 그 정책이나 조치의 밑바탕에 기업을 적대시하거나 홀대하는 마음이 깔려있다. 이심전심, 기업들은 말을 하지 않거나 애써 돌려 말해도 이 사실을 마음으로 느끼고 있다.
무조건 눈 감고 기업들을 싸고 돌겠다는 건 아니다. 그래봤자 기업에 실제 도움도 되지 못한다. 다만 정부나 기업의 시각에서 벗어나 한국경제라는 관점에서 현실을 진단하고 싶다. 정부든 기업이든 한국경제라는 보다 큰 변수에 녹아든다. 이 경우 기업들에 경제불안감이 존재하고 있고, 이것은 정부 공격용 구호가 아니라 정부가 치유해야 할 경제현상이며 이것을 걷어내지 않으면 한국경제의 활력 되찾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잠깐 얘기를 돌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의 유수 기업인들의 행적을 살펴보자. 실물기업인이든 금융인이든 그들은 종종 청와대로 노무현 대통령도 방문하고 장관들도 2∼3명 환대받으며 만난다. 그들은 이땅에 돈 벌러, 사업하러 온 사람들이다. 한국사회에 봉사하고 서비스하러 온 사람들이 분명 아니다.
그런데도 고위당국자들을 당당하게 만나고 때로는 법적으로나 규정상으로 특별대우를 받기도 한다. SK그룹을 1년 이상 적대적으로 공격하고 있는 소버린이나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가 당국으로부터 내국인들은 상상할 수 없는 우대조치를 받은 사실을 다 알지 않는가.
국내 기업인들의 사정은 정반대다. 환대받는 건 고사하고 정상적으로는 고위당국자를 만날 수도 없으며 엄밀히 보면 여럿이 한꺼번에 불려다니는 신세다. 기업인들은 표현하지 않지만 그들은 마음을 집이나 회사사무실에 따로 떼놓고 몸만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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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사, 저 모임, 1시간이고 2시간이고 몸의 육신만이 지루함을 참으며 견디고 있을 뿐이다. 정부는 기업인들의 몸은 한 곳에 불러모았을지언정 그들의 마음을 한 군데 모으지는 못하고 있다. 왜 외국사업가는 되고 국내기업인은 안되는지. 정부가 경제를 살리려면 이 어처구니없는 현실의 아이러니를 직시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최근 출자총액한도제나 공정법 등 기업관련 제도의 진행상황을 보면 그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정부와 기업 간의 대립각이 정말이지 심각하다. 기업들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겠다는 식의 태도를 고위당국자들에게선 찾아볼 수가 없다. 기업은 이러한 법과 제도로 묶어야할 대상이며 동의하지 않으면 밀고나가 개혁해야할 객체다. 기업의 면을 세워주는 일, 진정으로 기업을 든든하게 믿어주는 일, 예산이나 세금이 드는 거대한 과제도 아니고, 결코 사회계층상으로 어느 한쪽을 편드는 행위가 아니다.
종합부동산세도 마찬가지 함정에 빠져있다. 미흡함이 있지만 제도에는 일단 찬성한다. 그러나 고액의 세금을 내는 대상자들을 노루사냥의 노루 몰듯 사냥감으로 치부하는 그 심리적 적대감이 두렵다. 세금을 더 내는 건 정부나 나 같은 일반인들이 고마워 할 일이지 고소해 할 일이 아니지 않은가.
지금 정부에서 기업우대정책은 언감생심, 꺼내기도 힘든 말이다. 그래도 하나 있어 기업도시가 거론되고 있다. 이것 역시 기업들의 열정과 경제의욕을 믿고 맡길 거라면 몰라도 갖가지 감시장치와 제한조치를 함께 제공할 거라면 차라리 시행하지 않는 것만 못할 수도 있다. 기업이 마음을 열어야 정부가 성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