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지금 우량주 살 때인가?

[내일의 전략]지금 우량주 살 때인가?

홍찬선 기자
2004.11.29 16:37

[내일의 전략]지금 우량주 살 때인가?

“장기에는 우리 모두 죽는다(We're all dead in the long-term)"

20세기 최고의 경제학자로 평가받고 있는 존 M. 케인즈의 말이다. 수요부족으로 대공황으로 이어진 경기침체를 회복시키기 위해선 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단기 부양정책을 펴야 하는데,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이 그냥 시장에 맡겨두면 장기적으로 경기침체는 치유된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일침을 가한 것이다.

요즘 증시 전문가들은 ‘내년 이후에 종합주가지수 1000돌파’를 자주 거론한다. 지금 당장은 환율하락과 IT경기 부진 및 외국인 매도 등으로 증시가 혼조세를 보이지만, 이런 것들이 일단락되면 주가는 ‘무섭게’ 오를 수 있다는 진단이다.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면 (유통주식이 없어) 주식을 사기 어려울테니, 지금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우량주식을 사 모으는 게 바람직하다는 투자전략도 제시한다.

과연 그럴까?

개미들의 승리, 이어질 수 있을까?

29일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주말보다 7.28포인트(0.85%) 오른 865.40에 마감됐다. 원/달러환율 하락으로 한때 855.81까지 떨어졌으나, 환율이 소폭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개인들의 매수에 힘입어 상승세로 돌아섰다. 코스닥종합지수도 0.72포인트(0.19%) 오른 370.26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이 팔았지만 지수는 올랐다. 외국인은 이날 945억원 순매도를 보여 6일 연속 매도 우위를 이어갔다. 기관들도 프로그램 순매도(429억원) 등의 영향으로 133억원 매도우위였다.

외국인 매도 여파로삼성전자는 7000원(1.62%) 떨어진 42만6000원으로 밀렸다.현대차(-2.86%)현대모비스(-3.20%) 삼성SDI(-0.47%) 하이닉스(-3.79%) 등이 비교적 큰 폭으로 떨어졌다. 반면 개인들이 장세 주도권을 잡으면서 의약(3.67%) 전기가스(4.86%) 운수창고(3.07%) 통신(2.72%) 업종이 많이 올랐다.

환율하락의 대표적 수혜주로 꼽히는한국전력이 1400원(5.67%) 오른 2만61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유한양행POSCO동부제강LG전선 등 67개 종목(거래소 48개, 코스닥 19개)도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삼성증권 김종국 투자전략담당은 “과거에 개별종목은 신기술이나 신재료 같은 유행에 따라 시세가 났지만 요즘엔 실적이 뒷받침되는 종목이 강하다”며 “환율과 IT경기 같은 불확실성 때문에 시장이 크게 오르긴 어렵겠지만 종목별로는 강한 차별화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낮은 경영투명성보다 성장모델의 실종 때문"

요즘 한국과 대만 증시가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 일본의 닛케이평균주가는 이날 144.14엔(1.33%) 오른 1만977.89에 마감됐다. 반면 대만 자취안지수는 0.11%, 한국 종합주가지수는 0.85% 상승하는데 그쳤다.

교보증권 임송학 리서치센터장은 “한국과 대만은 IT비중이 높아 환율하락 영향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율의 반등으로 지수가 반등했지만 삼성전자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반등은 단기적으로 끝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태욱 현대증권 상무는 “한국 주식이 저평가되고 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은 한국 경제의 장기성장잠재력이 떨어짐에 따라 성장모델이 실종됐고, 경제와 주가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최근 들어 환율하락과 외국인 매도 같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떨어지지 않고 있어 일부에서 종합주가지수 1000 돌파를 제시하고 있지만 아직은 복병 3가지가 남아있어 낙관론을 펴기가 부담스럽다”는 지적이다.

그가 제시하는 3개의 복병은 △IT산업의 공급과잉과 수요회복은 내년 2/4분기 이후에나 가능해 시간이 걸린다는 점과 △환율 하락이 얼마나 더, 그리고 빨리 하락할지 모른다는 점, 그리고 △중국 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정 상무는 “현재로선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3개의 복병이 어느 정도 해소될 때까지는 중립적으로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금요일 효과'

편 가르기로는 큰 장이 서기 힘들다

한동안 증시는 IT와 비IT로 나뉘는 흐름을 보였다. 삼성전자 삼성SDI LG필립스LCD 등이 약세를 보인 반면 포스코와 내수주들이 강세를 보인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최근 환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구분은 더욱 세분화됐다. 환율 하락의 영향을 받지만 업황이 나쁘지 않은 LG전자 현대차 등과 환율 하락 영향과 업황 부진이 겹친 IT의 구분이 그것이다. 또 환율 하락의 수혜를 받는 내수업종(홈쇼핑 제약 음식료 유통 등)과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항공 한국전력 등)은 잘 나가는 종목으로 나뉜다.

삼성증권 김종국 담당은 “환율하락과 외국인 매도 등으로 증시가 방향을 정하지 못한 채 프로그램 매매 등에 따라 등락하고 있다”며 “종합주가지수 840~880의 박스권에서 오르내리는 것에 맞춰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송학 교보증권 이사도 “배당에 대한 기대감으로 관련주식 매수가 보름 정도 앞당겨진 것으로 보인다”며 “외국인 매도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큰 장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고래 싸움에 터지는 새우등

지금이 우량주 사 모을 때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다. 잃어도 생활에 지장을 받지 않을 여유자금으로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은 주가가 많이 떨어진 삼성전자나 삼성SDI를 사두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팔 이유가 없어, IT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기다리면 상당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자금을 잃어서는 안되는 사람이라면 매수를 자제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앞에서 소개한 케인즈의 말처럼, 내년 3/4분기에 대박이 예상된다고 해서 지금 주식을 샀다가 단기적으로 주가가 급락할 경우엔 그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증시에서 퇴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풍한설 속에서는 일단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 엄동설한을 앞둔 시점에서 잠시 내리 쪼이는 따뜻한 햇살에 속아 꽃망울을 터뜨린 철부지 개나리는 얼어 죽어 봄날을 맞이하지 못한다.환율하락, 외국인 매도 땐 쉬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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