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국 포트폴리오를 바꿔라

[기고]한국 포트폴리오를 바꿔라

이덕청 미래에셋 수석이코노미스트
2004.12.06 12:25

[기고]한국 포트폴리오를 바꿔라

지금 한국에서는 개인적, 사회적으로 포트폴리오가 근본적으로 잘못돼 있다. 자산운용에 있어서도 그렇고 사업 및 직업, 정책의 선택에 이르기까지 위험자산 혹은 위험수단에 대한 맹목적 배척이 극에 달해 있다.

기관투자가의 과도한 안전자산 선호현상, 기업의 극단적인 재무제표 중심 경영, 개인적으로는 부동산과 철밥통 형 직업에 대한 환상 등으로 나타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극단적 위험기피 경향은 지금 있는 성장의 과실도 향유하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미래의 성장 잠재력마저도 갉아먹고 있다.

단적인 예로 주식투자 문제를 생각해 보자. 현 시점에서 한국 경제의 거의 유일한 강점은 다양한 제조업 분야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우량기업이 여럿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스꽝스럽게도 한국의 개인과 기관투자가는 위험하다는 이유로 그러한 우량 기업에 대한 주식을 외면하고 있다.

한국 경제개발 40년의 모든 성과가 집약되어 있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세계 시장에서 유력한 위치를 유지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우량기업 주식을 자산에 편입시키지 않고서 어떻게 원하는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단군 이래 처음이라는 내수 침체 속에서도 세계 시장을 무대로 사상 최고 수준의 수익을 창출해 내는 한국 기업의 주식을 사지 않고서 금리가 낮다고 불평하는 것은 결코 합리적인 태도가 아니다.

그렇다면 부동산은 저금리시대의 대안인가? 많은 사람들은 확실히 손으로 만지고 등을 누일 수 있는 아파트가 역시 위험도 없고 수익도 나는 자산이라고 생각하는데 과연 그럴까?

개인적으로만 본다면 부동산 투자를 통해 높은 초과수익을 거둘 수도 있겠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본다면 부동산 가치가 2배가 되건 10배가 되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 부동산을 외국인에게 높은 가격의 달러로 팔거나 계속 임대할 수 있지 않는 한, 부동산으로부터의 현금 흐름은 언제나 서로 상쇄되기 때문이다.

부동산의 자산효과는 사회전체의 소득흐름 자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소비성향 변화에 불과하며 나중에 사회의 소득이 증가하지 않는 다면 결국 소비는 다시 감소할 수 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은 경제가 불확실한데 어떻게 주식과 해외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리느냐고 한다. 그러한 인식은 불확실성이야말로 경제의 적이라는 식의 인식과 결합되어 한국의 개인과 기관 투자가들을 진짜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언제 불확실하지 하지 않은 적이 있었던가? 지금과 같은 저금리 하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비중을 늘리는 것이 옳다. 불확실성은 과거나 지금이나 늘 있는 반면, 위험자산 투자의 기회비용이 지금보다 낮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더욱이 우리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의 주식을 눈앞에 두고 있지 않은가? 한국경제가 위기에 있다면 그 이유 중의 하나는 너무 일찍 위험을 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위험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갈 필요가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내년에 1,000 포인트를 넘을까 말까 하는 답 없는 고민에 빠지기에 앞서서 개인과 사회의 포트폴리오 원칙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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