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장관들 서울로 돌아가시오"
나는 뉴욕 팔레스 호텔의 프랑스 식당 르 시르크(Le Cirque)에서 최고급 갈비를 공짜로 먹는 것을 누구 보다 좋아한다. 그러나 이제 됐다.

투자자 설명회를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한국 장관들에게 지쳤다. 외국인 보유 지분은 이미 44%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장관들은 미국 행을 멈추고, 대신 증시를 싫어해 3년 째 순매도 하고 있는 한국인들을 설득해야 한다. 고작 6%만 투자하고 있는 연금 투자자들도 가르쳐야 한다. 영국 연금은 자국 증시에 60%를 투자한다.
너무 걱정하지는 않아도 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와 같은 우량 기업들이 있어 계속 머물러 있을 것이다. 재경부, 산자부, 외교부, 정통부, 금융감독위원회 등의 장관들이 이 곳에 더 이상 올 필요가 없다.
외국인들이 거의 시장의 절반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겉만 번지르한 쇼는 패닉과 절망의 일단이다. 변화를 원한다면 항공료를 아껴 한국인의 투자를 권고해야 한다. 강남을 누비고, 고속철도를 타고 부산으로 달려가며, 심야 뉴스에도 출연하는 등 닥치는 대로 해 봐라. 외국인 만큼 증시를 신뢰하도록 만든다면 주가지수는 850이 아니라 1850이 될 것이다.
나를 짜증나게 만드는 것은 지겨운 파워포인트 프리젠테이션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게 아니다. 일부 국수주의 주장을 감추는 허언이다. 파이낸셜 타임스 조차 지난 달 30일 "외국인 투자자들을 달래는 대신, 그들을 몰아내는 방법을 모색하는 관리나 기업인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김정태 행장을 성공적으로 쫓아 낸 금융감독원은 은행 이사들의 한국 거주 요건을 부과하려 한다. 론스타가 인수한 외환은행 이사회에도 말이다. "핫머니", "적대적 인수합병"(M&A), "그린메일"(주식 매점) 등을 비난하지 않는 날이 없다.
핫머니 등은 매니저들이 기업가치에 초점을 맞추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사실 증시에 유익하다. 선동적인 수사는 한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이 표방하는 "아시아 허브", "정보화 도시"는 국수주의가 날뛰는 유령의 도시로 바뀔 것이다.
분명히 한국은 결정적인 외국인 투자자들과 애증의 관계를 경험하고 있다. 잠시 진정하고 불안과 오해를 따져 보자.
독자들의 PICK!
핫머니는 쿨(Cool)
코스피는 세계에서 7번째로 거래가 활발하다. 코스닥의 회전율은 수년 전 1100%를 기록하기도 했다. 거래가 활발하다는 것은 증시가 역동적이라는 증거다. 장기 투자자들만 존경 받는다는 원칙이 언제 있었나? 핫머니 거래를 독려한 나라가 있다면 바로 한국이다. 온라인 거래가 개시된 이래 이 비중이 늘 세계 1위였다.
그린메일은 굿(Good)
좋은 지배구조는 여러 수단을 통해 달성되며, 그린메일도 그 중 하나다. 한 기업이 잘못된 투자 결정을 내리고 장부를 조작하면 주가는 주가수익배율(PE) 5배 정도로 떨어진다.
대형 펀드 매니저들은 이 주식 매집에 나서게 된다. 모든 주주들은 투자 기업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큰 손이 나서면 부실 책임이 있는 경영진을 교체할 것이라는 인식이 형성될 수 있다. 경영권 장악 관측에 따라 주가는 상승할 수 있다.
결국 이 가정에서 화를 자초한 것은 경영진이다. SK텔레콤이 가장 좋은 사례다. SK텔레콤은 좋은 지배구조를 담보하는 사외이사회를 갖고 있고, 이는 대형 펀드매니저들이 벌인 그린메일의 성과다.
적대적 M&A 환영!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0월 28일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적대적 M&A의 위험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적대적 M&A는 냉혹하지만 한국에 유리할 수 있다. 잘못된 경영진이 주가를 PER 5배 수준으로 떨어뜨리면 전략적인 투자자들이 나타난다. 또 지배 지분을 확보해 부정직한 경영진을 교체하면 주주들은보상을 받을 기회를 얻는다.
설령 새로운 주인이 회사를 분할하고 자산을 공개 매각하더라도 유형, 미수, 금융 자산의 가치가 위축된 밸류에이션 보다 훨씬 높을 것이기 때문에 주주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
14.99% ≠ 50.1%
IMF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SK㈜ 소수 주주들이 정관 개정을 위해 주총 소집을 요구한 게 왜 적대적 M&A로 간주됐나? 소버린은 SK㈜ 지분 14.99%만 보유했고, 이 만큼만 동의를 구할 수 있다. 주주 과반수가 정관 개정에 동의했다면 이사회에서 한 사람만 바뀔 뿐 SK는 평소와 다름없이 경영됐을 것이다.
회사 경영권을 장악하려면 50.1%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14.99%로는 어림없다. 한국서 대주주의 개념은 잘못됐다. 대주주는 50.1% 이상의 지분을 의미하며, 그런 의미로 쓰인 경우는 거의 없다.
44% ≒ 50.1%
한국인들이 주식을 매우 싫어한 탓에 외국인이 상장 기업의 지분 44%를 갖고 있다. 우량 기업의 경우 50.1%를 넘는다. 반면 캐나다, 브라질 상장기업의 외국인 지분율은 7%다. 외국인들은 투자 기업이 핵심 역량에 집중하고, 영업 이익을 늘리며, 투자 판단 오류를 피하는 한편 배당을 늘리기를 원한다. 외국인 지분율이 높기 때문에 기업들은 이 요구에 주목해야 한다.
캐나다 또는 브라질 처럼 한국인이 지분 93%를 갖고 있다고 치자. 기업에 오투자, 영업 손실, 제로 배당 등을 유도할 지 모른다. 하지만 한국인이 그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 주식을 사들이면 외국인과 똑 같은 것을 기업에 요구할 것이다.
우려 랠리
IMF의 지적은 적대적 M&A에 대한 반감이 지나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우려는 의외로 긍정적인 효과도 지닌다. 상당수 기업들은 잇단 주식 희석을 통해 종종 5%를 밑도는 지분으로 지배권을 행사했다. 이는 소버린 같은 국제 투자자들을 유인했다.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에 속속 나서고 있다. 재벌들이 해외 은닉 재산을 들여와 지분을 늘리는 것도 목격할 수 있다. 이에 반대할 투자자는 없을 것이다. "백기사", 애국자, 연금에서 35% 정도만 거들면 빅 랠리를 만들 수 있다. 그렇게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