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회사의 목표와 직원들의 사기

[기고]회사의 목표와 직원들의 사기

홍성균 신한카드 사장
2004.12.31 12:16

[기고]회사의 목표와 직원들의 사기

10년전 신한은행에 재직할 당시 조직이론의 대가인 체스터 버나드의 `관리자의 역할’이라는 책으로 연수를 받은 적이 있다. 책의 주요 내용이 조직 내에서 유효성과 능률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하는 것이었는데 당시에는 내용이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한 회사의 CEO가 되고 보니 회사의 목표와 직원의 사기를 어느 수준에서 조화시켜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고, 새삼스럽게 그내용이 떠오른다.

 

사람에게는 무엇인가를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데, 이러한 것을 동기라고 한다. 이때 무엇인가를 하기 위해 자신의 머리 속에 정리해 `이것을 하자'고 했을 때 그것이 목적이 된다.

 

어떤 사람이 배가 고파 들판에 뛰어가는 토끼를 보고 갑자기 토끼를 잡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가정해 보자. 여기서 동기는 배가 고픈 것이고 목적은 토끼를 잡는 것이 된다. 토끼를 잡는 결과에 대해서는 두 가지 평가를 할 수 있다.

하나는 토끼를 잡았는지, 즉 목적을 달성했는지 여부고, 하나는 배 고프다는 동기에 의해 쫓아다닌 결과 배고픔이 해소되었는지 여부다. 목적을 달성했는지 못했는지는 유효성(effectiveness)으로, 목적 달성과는 별도로 배고픔 같은 동기가 해결됐는지는 능률(efficiency)로 나타낼 수 있다.

 

만약 이 사람이 토끼를 잡아 먹었다면 유효성과 능률이 모두 있었다고 할 수 있고, 토끼를 잡지 못했는데, 다른 방법으로 배고픔을 해결했다면 유효성은 없어도 능률은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유효성과 능률의 문제를 조직에 적용하면 유효성은 조직의 목표를 달성했는가에 관련된 문제고, 능률은 각 개인들이 가졌던 원래의 동기를 얼마나 만족시키는가에 관련된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작년에 비해 올해 매출을 100% 늘리는 목표를 세웠다고 하자. 전 임직원이 휴일도 없이 열심히 일해 결국 목표를 달성했는데, 얼마 후 오히려 분위기가 침체돼 버렸다. 직원들이 `과연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 회사는 유효성은 있지만, 임직원들의 동기를 만족시키지 못한 비능률적조직이 되어 버린다.

 

반면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면 이것은 유효성은 없었지만, 회사 전체가 좋은 팀워크를 갖는 능률적인 조직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는 두 번째가 좋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은 조직의 존재가치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팀워크는 좋지만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부서를 경영진이나 주주들이 계속 용인해 줄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반면 첫번째 예에선 목적은 달성했지만, 구성원들은 자신의 삶에 회의를 느끼고 회사를 떠날 지도 모른다. 즉 회사가 없어지거나 아니면 직원들이 떠난 자리를 전부 새 사람으로 채워야 하는 것이다.

 

이렇듯 조직의 존속은 유효성과 능률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미국 기업의 경영 스타일은 구성원들을 교체해서라도 반드시 목표를 달성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유효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고, 일본의 경우는 유효성이 어느 수준을 유지한다면 능률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한동안 일본처럼 능률을 중요시하는 경영 스타일이었다가 IMF 외환위기 이후 국제화, 개방화가 추진되면서 점점 유효성을 중시하는 미국의 경영 스타일로 변모하는 것 같다.

하지만 최근 미국기업의 경영방식을 우리가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반성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지금은 우리현실에 맞는 경영방식을 찾아가고 있는 과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유효성과 능률을 어느 정도에서 조화시켜야 하는 지에 대한 공식은 없다. 항상 고민하며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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