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친디아로 떠나는 이유②
◇분배론 vs 성장론=최근 몇년 사이 성장주의자 혹은 성장론자들은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성장론을 펼치는 것은 시대에 뒤처진 낙오자의 항변이거나 경제정의를 도외시한 탐욕의 발상이라고 평가받는다. 그래서 알게 모르게 심하게 구박이나 면박을 받는다.
결과적으로 청와대와 국회를 중심으로 해서 분배주의자 혹은 분배론자들이 정책결정 구조를 장악하고 있다. 경제브레인 당사자들은 성장과 분배 중에서 성장을 버리고 분배를 선택한 게 아니라고 누누이 밝히고 있으나 어쨌든 성장의 우선순위는 뒤로 밀렸고 경제가 성장의 활력을 되찾는 데도 실패했다.
이론상의 논쟁은 현실에서 분배론자들의 승리로 끝났다. 이론상으로 마무리된 건 아니지만 현실은 권력과 권한에 따라 움직이므로 그렇게 됐다. 성장의 주체인 기업들이 마지막까지 물러서지 않은 채 정부정책의 궤도를 수정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2년간 정부 정책은 분배론자들이 주도해 왔다. 그 성과는 무엇인가.
경제 현실은 실패로 보인다.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총량으로서의 경제는 어렵다. 혹시라도 성장과 분배를 등치해 놓고 그중 하나를 선택하는 건 뭔가 문제가 있다는 깨달음이 성과라면 그나마 다행이겠다.
이 시점에서 분배론을 접고 성장론을 택하라는 메시지를 전하자는 건 결코 아니다. 이미 분배론이냐, 성장론이냐를 떠나 성장을 탐구하고자 나선 것이고 오히려 양자 간의 선택이란 구도를 깨야 진정한 해결책이 있으리라고 여긴다.
분명한 사실은 저성장은 만병의 근원이지만 그렇다고 성장의 회복이 경제의 만병통치약이 되는 것은 아니란 점이다.
◇새해 벽두의 삼성전자 동탄공장=성장이란 주제와 길게 씨름하려고 해외로 떠나기에 앞서 새해초 삼성전자 동탄공장문제는 당혹스럽게 다가온다. 동탄공장 건설을 정부가 허용한 것이 2003년 12월. 우여곡절 끝에 정부가 매우 어려운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친기업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로 크게 생색낼 만한 일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으나 아직 땅값문제로 동탄공장문제는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다. 토지공사측은 평당 222만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고, 삼성전자는 평당 200만원이 넘는 땅값은 생산원가에 부담을 주는 수준이므로 낮춰달라는 주장이다. 이 상황에서 토공에 어떤 재량권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결국은 정부 경제팀이나 청와대가 나서서 조정권을 행사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누구도 나서지 않으니 방치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아까운 시간만 자꾸 흐른다. 어찌 보면 현재의 정부가 중앙집권력 조정을 자제하는 분위기의 부작용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른바 긍정적 권력해체의 치명적인 맹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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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삼성전자의 법인세 납부실적은 1조원에 약간 못미친다. 정부의 선택은 2가지다. 특혜시비를 감수하고서라도 땅값을 인하해주고, 삼성전자가 세금을 더 내고 일자리를 늘리는 더 큰 혜택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공장을 허용한 것만 해도 커다란 혜택이고 더이상의 특혜시비엔 개입하긴 싫으니 삼성전자가 알아서 평당 222만원짜리 공장에 입주하든 떠나든 아무런 추가조치를 취하지 말 것인지.
성장은 다른 곳에 있지 않다. 바로 지금 동탄에서 성장을 선택할 것인지, 아닌지 하는 실제상황이 그대로 벌어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형평성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도 결국은 정부 역량의 문제로 보인다.
◇성장의 복권이 가능할까=성장 추진의 가장 커다란 난제는 역시 특혜문제다. 기업단위로 어떤 성장촉진 조치를 내리면 해당 기업이, 단지 차원에서 혜택을 주면 그 단지에 입주하는 기업이 1차적으로 혜택을 누린다. 따라서 혜택의 수혜자에서 제외된 일반인이나 시민단체는 불공평 및 특혜시비 등을 제기한다.
한국경제는 질적으로 많이 바뀌었다. 투명성 도구와 제도가 엄청나게 보완됐다. 기업 성장의 과실이 1970년대식으로 어디론가 새버리는 허점이 거의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 강한 기업, 세계적인 일류기업의 탄생과 그 숫자의 증가는 곧바로 셈하기 힘든 경제적인 부수효과를 곳곳으로 전파한다.
최소한 개별기업의 특혜적 성장결실이 건강하게 이곳저곳으로 퍼뜨리는 장치를 마련하는 데 힘을 쏟아야지 특혜시비를 피하기 위해 아예 원천적으로 성장촉진 조치 자체를 짓밟는 어리석음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성장의 복권은 시간문제일 뿐 언젠가는 그 어리석음을 딛고 우리에게 서서히 다가올 것이다.
(협찬: 외환은행, 후원: 아시아나항공)